무허가 집들(왼쪽)과 1단계 사업지구에 배제된 여섯집(오른쪽).
신도시 개발로 송두리째 사라질 판, 술로 시름달래
5백년 터전의 서당골(쌍용3동 40통·이장 정대직)이 신도시 개발에 휩싸여 온통 뒤숭숭하다.
처음 이곳에 뿌리내렸던 광주 안씨로, 27대가 살아온다는 안덕수(74) 할아버지는 요즘 밭을 매면서도 자주 마을을 바라보는 습관이 들었다.
총 96세대가 살고 있는 서당골. 주민들은 하나뿐인 구멍가게를 연신 들락거린다. 그곳에 모인 이들이 한잔 두잔 술을 걸치다 보면 어느새 가게에 재놓은 술병이 바닥나기 일쑤.
정대직(67) 이장은 “5백년 마을이 송두리째 사라질 것을 앞두고 다들 싱숭생숭한 마음들”이라며 개발로 인한 기대와 슬픔이 반반이라고. “5백년 전 처음 광주 안씨가 정착했고 이후 나주 정씨와 성주 이씨가 2백년 전 (이곳에) 들어왔지. 다들 착하고 순박해서 남을 해할 줄도 몰라. 그래 이번 개발건도 크게 나서질 못하는 거야.”
이들에게 개발은 지형이 변하고 흙집과 초가집이 양옥집으로 바뀌는 정도다. 보상도 많이 받고 싶은 게 욕심이지만 억지를 부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걱정은 다른 곳에 있다.
“대대로 흙집 짓고 살아온 마을이라 법적인 부분을 몰라. 이번 보상관계 때문에 알아봤더니 18채가 무허가 집이더라구. (장인홍)동장님이 다른 집들처럼 적법한 보상을 받도록 노력하고 있긴 한데… 걱정이야.” 마을 사람들도 제 일처럼 걱정을 내비친다.
마을 한쪽 여섯 집은 또다른 문제에 봉착해 있다. 도로가 비스듬히 지나가며 위쪽 여섯집을 1단계 사업지구에서 배제해 놓고 있는 것. 마을 전체가 이주하는데 이들 여섯 집만 남게 됐다.
이승환(70)·김무자(65) 내외는 늙은 내외가 무엇하고 있냐며 마을 주민들과 같이 이주하길 바랐다. 김무자 할머니는 “우리 안 끼워주면 사업 못하게 드러누울거야” 하며 간절히 원했다. 안성호·안삼랑·안종환·안종만씨네도 떠나길 원했다.
안종환(73) 할아버지는 “우리 내외, 병원다니기 바빠. 논 조금 있는데 농사일은 이제 못하거든. 이번에 떠나야지 2단계 사업이 언제 진행될지 알아. 1단계도 10년을 기다려 됐는데…” 하며 걱정이 컸다.
여섯 집 중 안정치(62)씨네만 남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배와 논, 5천평이 이번에 포함되지 않은 관계로 남아있길 원하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요즘 이런저런 근심으로 일보다 막걸리 한 잔에 시름을 나누는 시간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