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급 진학을 원하는 특수아동들.
특수아동 갈수록 증가, 학급은 배정 못해…
한 해에도 특수아동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마땅히 교육 받을만한 곳이 없어 학부모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 진학을 하려는 특수아동들은 천안시 외곽에 위치한 인애학교를 가야 하거나 의무교육 과정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집이나 장애인 특수시설에 보내져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다.
현재 아산시의 특수아동들은 초등학교 84명, 중학교 30명, 고등학교 11명이다. 이중 내년 고교 진학을 앞두고 있는 특수아동은 6~8명으로 자립이 가능한 학생들이다.
그러나 이같은 특수아동을 돌봐 줄 특수교원이나 자원봉사 부족, 학급 수를 더 이상 늘릴 수 없다는 학교측에 밀려 현재 교육을 받고 있는 특수아동들은 각 학급에 배치돼 교육을 받고 있다.
학부모 김춘옥(42·온천동)씨는 “특수아동이 별도로 공부할 수 있는 학급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장애의 정도가 다르고, 학습능력도 달라 수준별로 교육하기 위해서는 특수학급이 절실한 실정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특수아동을 교육하는 고교의 경우 특수아동도 일반학급에 배치시켜 공부시간에 학교주변을 배회하거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빛나가 꿈키운 학교
김빛나(17·정신지체)씨의 경우도 마찬가지. 얼마 전까지 온양여고에 다녔다. 빛나씨는 중학교때까지는 학급에 특수교사가 있어 특수학급에서 지도를 받아왔다. 평소 성격이 활달하고 수공예에도 뛰어난 학생이었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과 같은 학습은 잘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겨우 한글과 숫자를 익힐 정도였다. 고교 진학 후 갑자기 특수학급이 없어지면서 빛나씨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온양여고 옆에 있는 온양여중의 옛 특수학급으로 찾아가기 일쑤였다. 보다 못한 부모가 인애학교에 보내고 나서야 빛나씨는 제대로 된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종이공예로 사회진출도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아산시의 특수장애학생들 모두에게 이런 행운이 기다리고 있진 않다.
빛나씨의 경우 아산에서 이사해 천안으로 가 아이를 교육시킬 정도였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생활 근거지가 아산인 현재의 특수아동 부모들에게 천안은 너무 멀기 때문이다.
또한 인애학교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 학생을 수용하기가 힘들어져 특수학급은 더욱 필요하게 된 실정이다.
니들 교실, 딴 데 가서 알아봐
그러나 학교들의 사정은 “수용불가”라는 입장. 진학을 한다면 반에 편입시켜 줄 수는 있으나 특수학급을 만들려면 곤란하다는 의견이다.
학교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에 특수아동을 위한 학급을 만들기 어렵고 교사들이 특수학급의 배치를 꺼려한다는 것. 특수아동만을 담당하는 교사의 수급도 원활치 않다는 것이 고교들의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온양여고와 온양고에는 각 반에 한 명 정도의 특수아동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모 교사는 “3년간 특수아동을 지도하다 보니 특수아동에만 할당되는 시간이 너무 많아 특수학급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학교의 사정상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특수아동만을 위한 학급 배치는 아직 어렵다”며 “다만, 신규 학교의 경우 특수학급 배치가 가능한지 알아보는중”이라고 밝혔다.
법은 되는데 현실은
그러나 법은 벌써 특수학급 신설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특수교육진흥법에 따르면 특수교육대상자가 1인에서 12명은 1학급, 13명 이상이면 2학급 이상 설치할 수 있어 현행법이 독려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규정조차 해당 고교들과 담당자들이 모르고 있어 특수아동의 교육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충남장애인부모회는 지난 3월18일(목) 부터 24일(수) 까지 아산시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특수아동 현황조사를 실시했다. 대부분의 특수아동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고교진학은 물론 대학 진학까지도 원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최근 다운증후군, 정신지체아동들이 줄줄이 대학 문턱을 넘어서자, 이같은 요구가 더욱 커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장애학생이 실제 장애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일반인과 활동할 수 있다. 다만, 학습능력 및 집중력이 떨어져 개인별 교습을 통한 지도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특수학급이 필요한 실정.
일부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이같은 수업을 하고 있다.
33명의 특수아동을 교육하고 있는 황정희 신리초등학교 교사는 “특수아동끼리 서로 교육하고 아껴주고 동료애를 갖기 때문에 별도의 교육이 꼭 필요하다”며 “그렇지만 이들이 고교에 진학할 수 없어 수용시설이나, 집안에 묶여 있을까봐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황 교사는 “33명의 특수아동 중, 한 두명 빼놓고는 학습이 가능하다. 그런데 진학할 학교가 없어 방치되는 경우를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초·중등학교때는 특수아동이 많다가 고등학교때 현격하게 특수아동이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장애학생 부모들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