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에 한 대꼴로 지나던 경부선 열차가 고속철도 개통에 따라 절반가량 운행이 감소될 전망이다(사진은 풍세건널목에서 바라본 경부선 철로).
기존 국철운행 절반 이상 축소, 정기권 발급도 현실성 부족
시속 3백㎞를 자랑하는 고속철도 개통. 그러나 빠른 만큼 비싼 요금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기대 반, 우려 반’을 낳고 있다.
천문학적 돈이 들어간 고속철도가 원활히 운행되기 위해선 일단 이용객이 많아야 한다. 그러나 교통여건이 성숙된 자가용시대에 대중교통 이용객은 한정돼 있는 것. 고속열차와 일반열차가 일부 기존선로를 같이 이용하며, 부득이 ‘나눠먹기’식 운영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문제에 봉착해 있다.
즉 고속열차가 추가로 운행되는 만큼 일반철도의 운행감축이 불가피하다는데 관계자들이 고심하고 있다. 철도청은 일반열차 정차역 확대, 단거리열차 증설, 운임 할인혜택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철도 이용불편은 얼마간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열차운행 대폭감소
철도청은 4월1일(목)부터 46개 고속열차를 경부선과 호남선에 투입, 고속철도 시대를 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기존 철도의 수익구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서 고속열차는 중·장거리 수송을, 일반열차는 고속열차 정차역을 중심으로 단거리 운행을 담당하게 된다.
철도청 여객수송팀에 따르면 고속철도 개통에 따라 일반열차의 운행횟수가 대폭 감소한다.
경부선의 경우 1일 63회 운행하던 새마을이 26회로, 무궁화는 97회(이중 서울-부산은 63회)에서 22회(서울-부산), 59회(단거리 구간)로 줄어든다.
한때 빠르고 쾌적해 이용객들의 인기를 받았던 무궁화는 이제 단거리운행열차로 전락, 고속열차 정차역까지 연계수송하는 동네열차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동안 천안-대전간 하루 5회 운행되던 통일호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할인혜택, 눈가리고 아웅
철도청의 지난해 잠정집계로는 철도 이용객이 한해 1억명을 넘어섰고 이중 80%가 무궁화·통일호 이용객으로 나타났다. 이는 열차이용객들이 대체로 ‘빠름’보다 ‘비용’을 우선시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끔씩 일이 있을 때 주로 열차를 이용한다는 문만주(아산시 배방면)씨는 “특별한 업무로 쫓기지 않는 한 기차 이용은 낭만이 있다”며 “서두를 일이 뭐냐. 돈도 절약하고 구경도 하며, 대체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철도청은 고속열차와 일반열차를 갈아탈 때는 일반열차 운임의 30% 할인혜택을 부여하고, 최저운임 적용거리를 기존 1백㎞에서 50㎞로 줄여 단거리 여행시 최대 50% 저렴하게 이용토록 했지만 고속철 이용비용은 여전히 부담으로 남는다.
현재 어른의 평일 무궁화호 서울-부산간 왕복비용은 4만2400원으로 고속철도 이용시 부담해야 할 9만원보다는 4만7600원이 더 든다. 이런 상황에서 고속열차 정차역까지 일반열차로 이동하는데 드는 비용까지 더하면 ‘가격부담’이 최대 변수다.
정기권 등 할인혜택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철도청 수송팀 한병근씨는 “고속철도도 기존 철도와 같이 30회, 60회의 정기권과 40% 할인에 맞출 예정”이라며 “다양한 이용고객이 있으므로 횟수를 좀더 세분화시키는 것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보통 15일, 30일, 60일 등 ‘날’로 계산하는 정기권은 이용하지 않는 날에 대한 환불이 없기 때문이다.
네티즌 김순규씨는 “주말까지 꼬박 출·퇴근하는 사람이 어디있냐. 철도청은 40% 할인 혜택을 자랑하는데 이는 엉터리 계산법”이라고 불만이다. 그는 기존 천안~서울간 30일 정기권(14만7000원)을 예로 들어 토·일요일을 이용하지 않을 때는 일반요금과 불과 1천원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고속열차가 서민이 탈 열차는 아니지 않냐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철도청 김종섭 일반철도영업과장은 “고속철도 개통으로 인한 일반철도 이용고객의 불편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주민들의 우려 속에 개통일은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