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반대서명운동에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봇물을 이뤘다.
한나라당·민주당 후보자는 ‘옹호’, 다른 후보자들은 비판적 입장 밝혀
탄핵반대 성명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2004총선대학생연대, 천안시민단체협의회 등은 탄핵발의의 ‘즉각철회’를 내걸었고 ‘범국민적 반역행위’(박석운 민중연대 집행위원장), ‘국민주권에 대한 도전’(정대화 물갈이연대 공동집행위원장), ‘탄핵발의가 법리적 측면에서 부적절’(김선수 민변사무총장)하다는 등 다양한 계층과 단체가 합세하고 있다.
탄핵이 발의되자 지난 12일(금) 천안터미널 광장에서도 탄핵반대서명운동이 벌어졌다. 천안노사모와 열린우리당 주축으로 이뤄진 서명운동은 지나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높은 호응이 ‘탄핵반대’ 열의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후 각 시민사회단체들의 촛불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최대수혜자’
“난 정치도 모르고 선거에도 관심없었는데 저 꼴을 보니 가만 있지 못하겠어. 난 이번에 무조건 열린우리당 찍을 꺼야.” 이선영(29?쌍용동)씨는 탄핵정국과 관련된 방송을 보면서 답답한 표정이다.
개개인의 생각이 다 다르겠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공조한 이번 탄핵발의가 대체로 정당성을 얻지 못하면서 열린우리당 인기가 끝간데 없이 치솟고 있다. 17일(수) 실시한 조선일보·갤럽조사에서 전지역 전연령층서 1위로 확인됐고 총선에서 제1당을 예측하는데도 열린우리당이 압도적 1위를 누렸다. 한나라당(31.2%)이 열린우리당 24.9%보다 우위를 지켜오던 영남지역도 탄핵가결 후 열린우리당(39.6%)은 한나라당(21.0%)을 압도적으로 제쳤다. 대구·경북지역조차 열린우리당이 5% 포인트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변화는 무응답층이 대거 열린우리당을 지지하고 나선데 있다. 지난 9일 37.9%의 무응답층이 17일엔 23.6%로 나타났다. 이는 한나라당·민주당 지지율이 각각 2.5% 포인트씩 떨어진 반면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20% 포인트 가량 급등한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김남열 천안노사모 회장대행은 “대통령 사과 정도에서 끝날 일을 탄핵까지 몰고간 것은 자신들의 지지도를 끌어올리려는 총선전략일 뿐”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역정가… 대부분 탄핵사유감 안돼
지역정가의 입장도 일반 국민 정서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한나라당·민주당은 탄핵할 수밖에 없는 명분을 내걸고 그 외 정당들은 ‘잘못된 탄핵’임을 주장했다.
정재택(민주당 을)씨는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것에 유감을 표시하며 “흑백논리보다는 정치권 모두가 ‘내 탓’에서 비롯됐다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노대통령이 (탄핵)발의 전에 유감표시만 했어도 이렇게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방식(민주당 갑)씨도 불행한 사태에 유감을 표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헌재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자민련측은 신중론의 입장. ‘소리도 맞부딪쳐야 난다’며 양쪽의 잘못을 나무랐다.
장상훈(자민련 을)씨는 “협상과 타협을 통해 원만히 해결할 수 있음에도 탄핵발의까지 간 것은 양쪽 모두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도병수(자민련 갑)씨는 “탄핵발의는 죄의 유무를 헌재에 묻는 절차”라며 “대통령도 탄핵가결에 이르기까지 책임이 있는 만큼 잘못을 한쪽에만 둘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탄핵사유가 되는가에 대해서는 둘 다 “속 사정을 깊이있게 몰라 잘 모르겠다”고 회피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통령이 공개사과만 했어도 탄핵발의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에 열린우리당은 발끈했다.
양승조(열린우리당 갑)씨는 “기껏해야 벌금형을 받을 절도자에게 법정태도가 불량하다 해서 사형을 내리는 법관이 어딨겠냐”며 ‘총선전략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한·민·자의 쿠데타’라고 역설했다.
박상돈(열린우리당 을)씨는 이같은 문제를 시대상황에서 해석했다. 이번 탄핵정국이 ‘패러다임의 충돌’이라고 못박은 그는 “과거 특권층의 권력이 대중으로 넘어가는 시대에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한·민의 시대적 인식의 결여”라고 말했다.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는 총선후보들의 생각도 탄핵발의에 부정적 인식을 같이 했다. 엄금자(천안 갑)씨는 “탄핵사유는 말도 안 되는 비정상적 발의”라며 “대통령이 국가안위에 중대한 문제 발생시 할 수 있는 탄핵이 특정정당 지지발언으로 이뤄진 건 한편의 코미디”라고 말했다. 김병곤(천안 을)씨도 “대통령이 원인을 제공했지만 그렇다고 탄핵발의까지 간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한편 이용길(민주노동당)씨는 “탄핵사유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이같은 국가의 불행에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웃음’은 가당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우리당과 친노의 여론주도를 문제시하며 “다행히 시민·사회단체들의 건강한 의식으로 점차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잘못은 그들 모두에게 있다”는 제3의 의견이 국민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