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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이 썩었는데 방식만 탓해

등록일 2004년03월1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17대 총선과 관련해 상향식 민주주의 공천은 천안에서는 당원들에 의해 단독 추대 형식을 띤 민주노동당 을구와 경선을 실시한 열린우리당 갑구가 유일하다.(사진은 우리당 경선행사장 전경). 상·하향식 공천, 너도나도 불복… 선택은 유권자의 몫 선거때만 되면 으레 전국이 ‘공천분쟁’으로 시끌시끌하다. 각 당의 총선후보를 가리는 공천과정은 선거초반에 시작되는 까닭에 해당 선거 수준과 분위기의 척도가 된다. 공천이 각종 시비와 과열양상으로 얼룩졌다면 선거판 역시 혼탁할 것임을 예고할 수 있는 것은 작금의 선거판이 ‘그들이 엮어내는 그들만의 잔치’이기 때문이다. 선거와 관련해 ‘정당에서 공식적으로 후보자를 내세움’의 사전적 뜻을 가진 ‘공천(公薦)’에 언제부터인가 불복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으며 그 대부분의 이유로 공평성 결여를 문제삼고 있다. 올해 제17대 총선 선거일을 한달여 앞둔 현재 천안 갑·을구도 공천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공천시비는 유·불리로 판단? 한나라당 중앙당의 전용학 ‘공천유력’에 반발, 재심의를 요청해 놓고 있던 엄금자(한나라당 천안갑)씨는 지난 8일(월) 중앙당의 ‘전 의원 확정’을 확인한 후 11일(목) 탈당 및 무소속 출마입장을 밝혔다. 엄씨는 “몇몇의 뜻대로 움직여지는 한국적 당의 지도력을 확실하게 뜯어고치지 않는 한 여성의 정치적 진출은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음을 더욱 실감한다”며 이후 무소속으로 17대 총선을 치를 것임을 천명했다. 이같은 갈등은 함석재 현 국회의원 공천유력으로 박동인 지구당위원장과 이성만씨가 반발하는 한나라당 을구도 같은 모습이다. 이성만씨는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개혁공천을 믿고 노력했지만 결국 한나라당 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현실정치의 벽을 다시한번 실감했다”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한나라당 중앙당은 지난 8일까지 전국 2백8곳을 최종 확정했지만 여론조사 문제가 거론, 운영위원회 재심의가 결의된 10곳은 확정짓지 못했다. 천안 자민련 갑·을 지역도 당초 도병수·정일영(갑구), 박상돈·장상훈(을구)의 치열한 경합에서 정일영씨와 박상돈씨가 ‘밀실공천’에 항의하며 정일영씨는 탈당, 박상돈씨는 열린우리당 영입을 거쳐 총선을 준비중이다. 오는 15일(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인 정일영씨는 정치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당초 무소속출마의지를 접을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정당과는 차별화를 선언하고 나선 열린우리당마저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천과정을 지켜볼때 ‘개혁성’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형편으로, 인물의 자질에 앞서 ‘당선가능성’을 우선시 하는 모습은 기존 정당을 닮아있다. 개혁을 선도하는 참신한 인물들이 전국 곳곳에서 기존 토착세력에 밀려 경선에 낙마하거나, 여성준장 영입, 부패비리혐의로 구속된 현국회의원 부인에 공천을 주는 등 비민주적인 형태로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2월25일(수) 열린우리당 공천심사위 발표에 따르면 공천이 확정된 1백2곳중 경선을 치른 곳은 10군데에 불과하다. 공천은 방식의 문제보다 객관성 확보를 어떻게 이루는 지가가 관건이다. 공천은 크게 중앙당 공천심사위의 심의·결정과 지역 경선의 두가지가 있는데 지금껏 중앙당 공천결정만 반발이 있었던 게 아니라 지역구 경선 자체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불복한 경우가 허다하다. 천안YMCA 김우수 간사는 “상향식이나 하향식 공천 모두 자기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에서 갖가지 문제점이 도출한다”며 “유리하면 인정하고 불리하면 불복하는 한심스런 작태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질을 묻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열린우리당 ‘동전의 양면성’ 개혁과 정당 차별화를 선언했던 열린우리당이 천안 갑·을구에서는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어 관심사다. 똑같은 목적을 갖고 출발했지만 상반된 결과를 보인 두 지역구를 보면서 ‘행’‘불행’은 절차뿐만 아니라 사람의 의식 속에서 선택되고 있음을 배우게 된다. 갑구의 경우 양승조·이규희씨의 치열한 경합은 초기부터 과열양상을 빚으며 많은 우려를 안고 있었다. 상대방에게 ‘졸렬’하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대외적으로 흠집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이들. 그러나 지난 7일(일) 경선을 통해 갑자기 ‘화해무드’를 탔다. 선거 전날 선거인명부가 공개됐고 처음 치르는 경선에 절차상 미흡한 부분이 발생했다. 만약 경선에 진 쪽이 과정의 문제점과 불합리를 핑계삼아 불복할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은 양측 모두가 승자로 남는 ‘현명함’을 선택했다. 승자와 패자가 환하게 웃으며 ‘새로운 정치실험의 장’이 됐음에 만족했다. 몇 년을 총선출마에 노력했던 정치인이라면 그 뜻이 꺾였을 때 찾아오는 낙담도 클 터. 이규희씨는 패자로서의 변명 한마디 없이 상대후보에 축하인사를 전하고 ‘함께 협력해 열린우리당의 정치발전에 기여’할 뜻을 밝혔다. 이같은 분위기는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조직의 단합을 부르며 총선승리의 순조로운 항해를 다지고 있다. 갈등과 분열 속에 출발했던 갑구와는 달리 당초 순조로운 모습을 보였던 을구는 4명이 각자 분열을 일으키다 ‘외부영입’으로 거센 충돌이 일었다. 외부영입에 의한 공천이 확정되자 4명의 경합후보자들은 각자 무소속 출마를 고심하고, 10일(수)에는 지구당 운영위원장이 책임을 통감, 사퇴하는 등 조직와해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박상돈 영입에 반발했던 을구 고경호씨가 11일(목) “몇일간 괴로움에 밤잠을 설쳤지만 중앙의 결정에 깨끗이 수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평 당원으로 돌아가 우리당의 승리를 위해 미력하나마 조력할 것”임을 밝혔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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