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최초로 공무원 대상 알코올 중독자 상담교육이 지난 11일(목) 중앙도서관에서 열렸다.
공무원 70여명 상담교육…사회적 폐해에 적극적 대응
천안시가 ‘전국 최초’로 공무원 대상 알코올 교육을 실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시는 교육인원을 2개반으로 나눠 지난 11일(목)부터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2시간씩 8주 동안 교육을 실시한다. 이번 교육은 주로 알코올로 가정문제가 심각한 일부 주민들을 접하는 사회복지사들에게 알코올 상담을 위한 전문지식을 함양하자는 취지로 관내 사회복지사 55명 전원과 알코올과 관련된 보건소 직원 10명이 동참, 총 70명이 알코올 상담교육을 받게 됐다.
한 사회복지사는 “언젠가 술에 찌든 남편때문에 풍비박산된 가정을 방문했다가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물건만 전달하고 돌아왔다”며 “관련 공무원에게 알코올 상담교육의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었다”고 말했다.
이번 상담교육은 알코올 중독자에서 치료연구사로 10년째 활동해온 안성희 한국기독교알코올문제연구소장이 있어 가능했다. 안 소장은 천안 관내 30여명의 알코올중독자들이 재활치료에 힘쓰는 임마누엘 알코올쉼터(원장 이영철·구성동)에 매주 이틀씩 방문, 치료강사로 활동중이다. 그를 통해 알코올중독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실태를 파악해 봤다.
음지에서 자라는 알코올 중독
세계적인 음주문화가 형성된 지 오래. 그래서 그 폐해도 막대한 우리 사회지만 부담없이 상담할 수 있는 기관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알코올 상담은 정신과나 응급구조공단, 종교기관(기도원 등 유사 사설치료기관) 등이 있으나 전문지식 결여, 치료기관 알선, 치료프로그램 부실로 실질적인 상담은 요원하기만 하다.
정부기관의 의료정책 또한 전무한 실정이다. 국립 정신병원의 알코올 병동은 세금으로 운영되나 특성상 치료기간은 3개월에 불과하며 입원치료를 위해 장기간 대기해야 하는 문제로, 장기치료환자의 경우 사설치료기관을 찾을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는 치료기관에 수용된 정확한 환자숫자를 파악조차 못하고 있으며 상담차 방문하면 서로 타부서에 넘기는 등 담당과도 마땅히 없는 상황이다.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도 알코올 문제를 방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어느 병원은 알코올 중독자가 다리골절상을 입고 정형외과에 입원했으나 치료중 금단현상이 나타나자 정신착란으로 진단, 정신병동으로 이송했으며 3개월이 경과된 후에야 타 병원에서 상담을 통해 그것이 ‘금단현상’이란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국립 정신병원의 경우 가장 많은 단주자를 낸다고 공인받고 있으나 그 수는 1천명 중 1명꼴이다. 이 때문에 영리목적이 아닌 알코올 환자에 대해 기피하는 실정으로, 한 양심있는 의사는 “평생 한 사람의 알코올 환자를 완치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고백한 바 있다.
정신병원에서 알코올 중독자들의 음주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또한 자신을 중독자라 인정한 환자도 의사가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 환자는 거의 없다. 하지만 환자가 입·퇴원을 반복하면 병원은 명예를 지키기 위해 환자 보호자를 설득, 기도원에 보내는 것이 상례다.
사설기관(기도원 등 종교기관) 역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불법건물, 축사 개조시설, 비닐하우스 등 시설의 열악함은 물론 시설운영자가 ‘영리’를 최우선 목적으로 환자를 취급하기 때문이다.
또, 알코올 중독자에게 술에 대한 상식적인 교육마저 전무한 곳이 대부분이어서 어떤 환자들은 퇴원 후에야 그곳이 중독자 치료전문기도원임을 알기도 한다. 모 기도원(조치원 소재) 환자는 10년을 격리생활했는데 금주교육은 단 한번도 받은 바 없었다고 술회했다.
죽어 나가는 환자도 상당수에 이른다 사고사(구타나 화재 등)의 경우 합의금이 대개 2000만원을 넘지 않지만 환자 가족이 돈을 목적으로 합의가 이뤄지면 기도원장은 사법처리되지 않는다.
사회관심에서 시작돼야
한 가정에 알코올 중독자가 있다면 불행은 그 환자에게만 발생하지 않는다. 가장이 알코올 중독자가 되면 자녀가 탈선, 가출로 불량 청소년이 되는가 하면 존속폭행이 일어나기도 한다. 오랜 세월 부부관계 단절로 이혼 및 주부탈선도 발생한다.
중독자는 처음 내과치료부터 시작하는데 치료기간은 오히려 술마시기 좋은 건강을 회복시키는 꼴이 되고 만다. 환자는 퇴원 즉시 술독에 빠져들고 이를 반복하다 보면 몸과 정신이 더욱 황폐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런 악순환을 견디지 못해 가족들은 소위 경비가 엄중해 탈출이 불가능한 기도원을 수소문해 입원시키고, 환자가 사망할 경우 장례비를 보내 뒤처리를 부탁하기도 한다.
사법기관은 정부가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필요악으로 인식함과 더불어 종교기관을 손대면 시끄럽고 귀찮다는 인식 하에 조사를 기피하는 측면이 있다.
시청률에 신경써야 하는 특성상 몇 번의 고발성 방송프로가 사회에 충격을 던져준 일도 있으나 단지 ‘이런 인권 사각지대도 있구나’ 하는 정도의 경각심만 고취시켰을 뿐이다. 방송 후 환자 가족들의 거센 항의와, 한편에서는 ‘그곳이 어디냐. 내 가족도 보내겠다’고 물어오는 전화가 폭주키도 했다.
안성희 한국기독교알코올문제연구소장은 “고발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알코올 문제는 더욱 이 사회에 독버섯처럼 기생해 사회의 부조리를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숨어서 헌신적으로 환자를 위해 일하는 곳도 있음을 고려, 사회가 그들에 대한 관심과 격려가 뒤따르고 체계적인 행정시스템이 이뤄질 때 건전한 사회가 이뤄질 것”이라고 피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