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학 규 | 50·한국폐자원재활용수집협회 회장
경제가 어려울 땐 고물이 는다?
정학규(50·한국폐자원재활용수집협회) 회장은 한마디로 “잘못 알고 있는 거”라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당연히 고물도 줄어드는 거란다. 특히 요즘같이 원자재값이 뛰면 고물상들이 수지맞는다고 하는데 몰라서 하는 말이다. 고물을 쓰는 거래처들이 제품생산을 줄이고 ‘흥정’을 각박하게 한다는 것. “경제한파로 이래저래 힘드는 건 우리 고물상들도 마찬가집니다.”
번영로 삼성SDI 건물 옆에 ‘금일고물상’ 간판을 걸고 있는 정학규 회장은 고물상을 본업으로 삼은지 30년도 넘었다. “머슴으로 시작해 내 간판을 건 지 이제 9년차 됩니다. 직원 셋 데리고 일을 하는데 요즘은 IMF 이전만큼 재미가 없어져 한숨이 절로 나오죠.”
관내 고물상은 2백여개. 그 중 협회에 가입한 60여 업체를 대표하는 회장직을 맡은 지는 2003년 초, 3년 임기를 고려하면 지금이 가장 열심히 뛰어야 할 때다. 배운 것은 없고 현실은 갈수록 어렵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산다는 정 회장을 통해 재활용수집협회의 면면을 엿봤다.
▶ IMF 이전보다 고물상이 배가 늘었다는데
- 먹고살기 힘들 때는 ‘고물파는’게 제일 손쉬운 일 아닌가. 이로 인해 경쟁도 심해졌거니와 시민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돼 나오는 고물량도 예전 같지 않다. 힘든 때다.
▶ 지난 2월29일(일) 월례회의때 나눈 현안은 어떤 것들인가
- (회장이 못나서 그런지) 회원들의 불만이 많다. 당면과제는 감당하기 어려운 ‘세금’이다. 원자재값이 펄쩍 뛰어 그에 따라 세금도 대폭 늘었지만 실상 마진은 전과 같은 형편이다. 또 아파트에서 나오는 폐지나 고철은 고물상들의 주된 수입원이다. 영세한 고물상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아파트건을 전문으로 맡았으면 하는 바다.
▶ 관내 2백여 고물상이 있다면 딸린 식구도 많겠다
- 평균 한 업체당 3명의 직원이 매달려 있다. 여기에 리어카나 수레로 폐품을 수집해 오는 사람들을 고려하면 상당한 숫자다. 고물상을 통해 생활을 영위하는 이들이 수천 명이고 보면 지역경제와 어려운 이들의 삶에 일조하는 바가 크다.
▶ 민원제기 등 일부 주민들의 환경문제가 거론되는데
- 예전 시내 곳곳에 박혀있던 노점상이 열악한 환경여론에 밀려 외곽으로 쫓겨나는 신세다. 2000년엔가 11명이 돈을 적립해 1단지 인근 7천5백여평을 매입, 단지를 형성해 있기도 하다. 이제는 주변 땅값이 너무 비싸 꿈꾸기도 힘들지만…. 언젠가는 제2의 고물상 단지를 형성할 수 있으리라 희망해 본다.
▶ 경제가 빨리 되살아나야 할 것 같다
- 바라는 바다. 경제뿐만 아니라 원자재값도 떨어지는 것이 우리 고물상에 이롭다. 아직은 많이 힘들지만 어려운 이들과 함께 지역사회의 한 구심축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땀흘리겠다. 지켜봐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