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임대완료됐다고 했으나 실제 가 본 광덕 매당리 빈 집은 10년전 폐허 그대로 남아있었다.
도시민에게 농촌빈집을 이어주는 아이템, 빈집 활용도 ‘0’
농촌이 피폐화 돼 가고 있는 것은 새삼스럽게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고인 물이 썩듯 벌써 오래전부터 농촌은 국제화의 물결을 감지하지 못한 채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농촌이 영락해가는 모습은 농가를 지키는 대부분이 노인들임을 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근본적인 해소방안은 아니지만 정부는 농어촌 주택개량촉진법에 따라 농촌의 빈집정비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르면 ‘매년 시장(군수)은 빈집의 발생현황을 조사해 빈집 정비계획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천안시도 농촌의 빈집 중 재활용이 가능한 주택에 대해 농촌생활을 희망하는 도시민이나 귀농인에게 제공, 이로 인해 주변환경을 저해하고 청소년들의 탈선장소로 이용되는 농촌빈집을 정비코자 하는 ‘일석이조’의 전략을 제시했다.
농촌 빈집활용 달랑 3건
이같이 좋은 취지의 농촌빈집정보센터가 그 취지를 무색케 하며 ‘허울’만 두르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시가 현재까지 추진한 빈집 재활용은 달랑 3건 뿐. 이는 관내 농촌지역의 빈집이 많은 것을 고려하면 성과가 미약하다.
이같은 지적에 시는 지난해 세번에 걸쳐 빈집 실태조사를 벌였다고 해명했다. 실태조사를 통해 총 57동의 빈집이 파악됐고 이중 17동은 철거(시에서 30만원씩 철거지원)했고 3동이 재활용됐다고 밝혔다. 또 금년에도 나머지 빈집에 대해 철거를 유도해 주변환경 저해와 탈선장소로 이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관내 전체 빈집이 실제 얼마나 되고 재활용 가능한 집과 철거해야 될 집이 구분돼 파악되지 않은 상태. 실태파악이 제대로 안됐으니 빈집 활용도는 낮을 수밖에 없는 것.
이에대해 시 관계자는 ‘소유자의 호응’을 문제삼기도 했다. 하지만 담당부서에서 지난해 파악한 57동의 집 중, 단 3집을 제외하고 다 철거를 유도했다고 얘기한다. 철거유도를 했는데도 소유자 호응이 없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답변뿐이다. 또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빈집은 적다는 말이나 적은 임대료로 나중에 소유권 행사에 지장이 초래, 소유자가 부담스러워 한다는 말도 궁색한 변명일 뿐.
노력보다는 부정적인 사고가 앞섰기 때문에 결과조차 초라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만 들었다. 이 때문에 직접 재활용으로 임대완료 됐다는 3집 중 한 집을 찾아나섰다.
사람 산다더니 ‘귀신’이 사나
광덕면 매당리에서도 산속 깊이 들어가서야 ‘농촌빈집정보센터’에서 임대완료됐다는 빈집을 찾게 됐다. 하지만 잔뜩 기대했던 사람사는 모습은 발견할 수 없었다. 폐허. 그것도 오후 4시경의 낮인데도 귀신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으스스함이 머리카락을 쭈뼛 서게 했다.
분명 외지인을 통해 지난해 빈집 임대가 완료됐다는 담당자 말을 들었는데, 이미 십수년은 지난 폐허라니….
한쪽 지붕은 내려앉았고 마루며 방안, 벽장, 부엌이 온통 뜯겨진 상태였다. 방안에 오래전에 죽어버린 길다란 벽시계 하나만 남아 사람이 살았음직한 기억을 떠올리게 했을 뿐이다.
1백여m 내려오니 텅 비어버린 집들 사이로 3명의 노인네가 앉아 햇빛을 쐬고 있었다. 찾아온 취지를 물으니 70대 초반의 한 노인이 “아, 그 맹씨는 죽은 지 오래됐어. 가족들도 모두 천안시내로 나갔지. 폐허가 된 지 오래됐어” 한다. 최근에 누가 와서 살지 않더냐고 묻자 “그런 집에 누가 와서 산담~.” 하며 의아해 한다.
들녘에 50대 말쯤 보이는 아주머니에게 말을 건넸다. 그는 자세히 알고 있는 듯 주절주절 얘기를 꺼냈다. “10년도 넘었을 거야. 빈집에 외지 노인 내외가 들어와 한 반년 살다 돌아갔지. 집도 고치고 보일러도 놓고 해서 살았는데 어쩐 일인지 떠났어. 요양차 공기맑은 곳을 찾아온 것 같았는데….”
시는 10년전 얘기를 지난해로, 반년 살다 폐허가 된 곳을 현재도 ‘임대완료’라는 말로 시 홈페이지 한쪽 ‘농촌빈집정보센터’에 그럴 듯이 올려놓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