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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 지우, 댕기울 나무들

75년을 함께… 시와 주민관심 촉구

등록일 2004년03월0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댕기울(광덕면 매당3구) 소나무 군락지와 평생을 함께 해온 이태용(75)씨의 ‘군락지 쉼터 조성’ 감회는 남다르다.


댕기울(광덕면 매당3구)의 터줏대감, 이태용(75)씨는 오늘도 집 앞 가까운 소나무군락지 쉼터에 나왔다.

초봄의 따스한 기운이 오늘따라 찬바람으로 돌변해 목덜미며 코끝을 시리게 한다. 막걸리 한 잔 걸치고 나온 걸음, 조선소나무의 위용과 멋드러진 비틀림을 잠시 감상한 후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잔디를 힘주어 밟아준다.

80세까지만 살겠다고 단단히 다짐하는 그에게 이곳 소나무는 그의 삶과 ‘일체감’을 느끼게 해준다.

일명 조선소나무라 불리는 이들 나무는 최소 1백여살. 그보다 한 세대를 앞서 있다.

태어나면서 75년을 한결같이 함께 했던 나무들. 그가 6·25를 비롯해 온갖 풍상을 다 겪으며 이제 ‘쉴 곳’을 찾는 때에 소나무는 마음속 지우로 남아 큰 위안을 주고 있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네.’ 굳이 고려말 길재의 시를 거론하지 않아도 이태용씨는 자기 곁을 지켜주는 이가 바로 이들 소나무임을 고맙게 생각한다.

지난해 시가 6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쉼터로 조성할 때는 너무 기뻤다. 윗대로부터 전해 듣기로 마을의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해 방풍림으로 심겨져 지금껏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했던 이들 소나무가 이젠 주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아닌가.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마을의 한 주민이 낸 불씨가 소나무 몇그루를 태워 아쉬움도 컸다.

시는 같은 종으로 대여섯 그루의 종자나무를 심었지만 손자뻘도 더 되는 터에 나무의 격과 품위가 영 달랐다.

“저 나무들도 잘못 심었어. 원래 큰 나무 주위에 심는 게 아냐. 내가 볼 때 제대로 크지 못하고 죽을 거야.”

그의 나무 지식이 5분여에 걸쳐 쏟아졌다.

“어디 나무 뿐인가. 심은 지 얼마 안 된 잔디들도 계속 밟아주지 않으면 잘 살아나지 못해. 내가 매일 밟아주는데 이 마을에 어디 나만한 이 있을까.”

논길에 일렬로 늘어선 소나무군락지에 쉼터를 마련코자 시는 이곳 5백50평의 토지를 매입했다. 그리고 정자와 잔디를 심어 제법 널찍한 자리를 마련했다.

올해 여름은 제법 많은 주민들의 쉼터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마을축제장으로도 손색 없는 쉼터, 이씨의 나무사랑이 주민들에게 곧 전해질 것이다.

“주민들로만 쉼터를 보살피기에는 부족한 게 많을 거야. 미안한 일이지만 시에서 적극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어.”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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