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수 / 60·순천향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평생 우리나라 시조문학 연구와 발전을 위해 힘써온 박을수 순천향대 국어국문학과 교수(60)는 지난 26일(목), 이 대학 소강당에서 정년기념식을 가졌다.
그러나 정년을 맞은 박을수 교수는 시조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분주한 일정을 보낼 것을 후학들에게 약속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시조 한국시조문학(성문각)을 비롯해 총 13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특히 한국시조대사전(아세아)는 지금까지 산재해있는 시조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 분야 최대의 업적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 교수는 “한자가 사라지면서 옛 선현들의 운과 정취도 사라져 갔다”며 “국어를 연구하는 학자지만 한시 속 풍류와 삶의 애환을 담은 선현의 모습을 재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가 시조분야에서 가장 인정 받는 이유는 우리나라 개화기 저항시기에 대한 연구가 단연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개화기 때의 시조를 보면 우리나라 선비들의 기상과 비운에 어린 어조를 볼 수 있으며 그속에 역사에 대한 의지를 볼 수 있어 연구하게 됐다”며 “시조가 단순한 시가 아닌 선현의 정신과 우리나라의 기상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연구를 게을리 할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어떤 시조를 제일 좋아하고 암송하느냐고 묻자, 박 교수는 “그날 기분과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퇴임 이후에 순천향대를 보면 다산 정약용이 오랜 유배 중 자신의 집 앞을 지나며 “작약은 잘 있느냐, 연꽃은 띄웠느냐는 시조가 떠오를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그는 “학교를 떠나는 것이 학문의 끝이 아니다. 또한 제일 걱정스러운 것이 옛 선현들의 아름다운 정신을 이어갈 수 있는 후학이 적은 것인데, 남은 시간 동안 이 정신을 가질 후학을 튼튼히 키워내며 시조로서 인생을 마무리 하고 싶다”고 고고한 학자의 꿈을 겸손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