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가 처지를 비난해 뛰어내린 아파트난간 계단 밑으로 피흘린 자국을 없애기위해 뿌려둔 모래만이 그날을 말해주고 있다.
박모씨/42·좌부동
단란한 가정을 꿈꿔오며 치킨집을 운영하던 40대 장애우가 조류독감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막다른 선택을 했다.
발달장애인 아들(10)과 11살난 딸 두자녀의 아버지이자, 행복한 꿈을 함께 키워가던 부인을 뒤로 하고 박모(42.좌부동)씨는 자신이 살던 아파트 8층에서 뛰어내려 운명을 달리했다.
박모씨는 시각장애 4급과 왼편다리가 성치 않은 장애인이었다.
생활보조금으로 근근히 살아가던 박씨는 치킨집을 개업하기 위해 장애우에 대한 사업대출을 해가며 어렵사리 천안시 쌍용동에 치킨집을 개업했다.
발달장애아인 아들의 특수교육비와 초등학생인 딸의 학비를 조금이라도 벌어보겠다는 꿈으로 시작한 장사지만 그의 소박한 꿈을 조류독감은 허용치 않았다.
개업한지 한두달은 그런대로 장사가 잘됐다. 개업한지 얼마 안된 탓도 있지만 장애인의 몸으로써 살아보겠다는 그의 의지가 이웃들에게도 전달됐다.
주민 이순례씨(쌍용동)는 “매일 아침이면 일찍 나와서 청소하고 인사하고 깍듯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장애인의 몸으로 고되지 않느냐고 물으며 빙그레 웃었다”고 기억했다.
그러나 개점한 지 얼마 안돼 박씨에게 비보가 날아들었다. ‘조류독감’ 예기치 않았던 질병으로 장사가 안되자 개업 당시 얻어 쓴 빚과 각종 세금 등이 부담으로 몰려왔다.
개업에 모든 비용을 쏟아 부었기 때문에 돈이 없어, 부부싸움을 자주했다. 조류독감이 금방 지나가겠지 했지만 연일 조류독감의 비보는 그칠 날이 없었다.
박씨의 가족들은 “장애 때문에 건강도 좋지 않았고 게다가 조류독감 때문에 장사가 잘 안되니까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박씨는 지난 13일 오후 2시35분쯤 복도식 아파트 난간에서 떨어져 내렸다.
이웃들은 장애로 인해 우울증 증세까지 보였던 박씨가 치킨집을 열고부터 삶의 의욕을 찾은 듯 보였다는데 결국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갔다며 안타까워 했다.
박씨는 유서에서 “먼저 가서 미안하다. 아이들을 예쁘게 키워 달라”며 아내의 억장을 무너뜨렸다.
이웃 주민들은 “살아 보겠다며 치킨집을 차리고는 그렇게 좋아했었는데…”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