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홍식/ 59·구성동 천안죽전원 원장
“10년전 제주도 간다는 약속 말 못하는 장애우가 기억하고 있었다니. 그래 가자 제주도로….”
천안 죽전원(장애인 생활시설)의 심홍식 원장은 얼마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올해로 10주년(5월22일)을 맞는 죽전원의 창립 초기, 심 원장은 원생들을 한자리에 불러놓고 얘기하길 즐겼다. ‘어떻게 하면 장애를 극복할까. 장애를 장애로만 인식하는 것에서 벗어날 순 없을까’ 하는 열정이 그를 가만 못 있게 만들었다.
어느날 원생들에게 “여러분, 우리도 한 10년쯤 되면 비행기 타고 제주도를 다녀옵시다” 하고 말을 열었다. 10년 전 당시만 해도 먹고 살기 바쁜 때여서 비행기는 고사하고 단체 기차여행조차 불가능한 꿈이었다.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심 원장 조차도 잊어버렸던 그때의 약속이 얼마전(1월 중순) 한 원생(김덕준·43·뇌병변장애2급·사진 오른쪽)으로부터 되살아났다. “말을 못하는가 싶을 정도로 평상시 말이 없는 그가 넌지시 제주도 약속을 꺼낸 거예요. 아! 10년 전의 내 말을 아직도 이들은 마음속에 담고 있구나. 신선한 충격이었죠.”
심 원장으로부터 전해들은 일부 직원들은 “해볼만 하지 않느냐”며 성원했다. ‘그래 해보자. 작년 초봄 열차 전용칸을 할애받아 원생 전체가 정동진도 다녀왔지 않느냐. 승하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 일부 자원봉사자들은 중증원생들을 업고 기차 탈 준비까지 했었다. 정동진에서 원생들의 감격이란…”
이제 전체 원생들과의 10년전 약속, ‘제주도 여행’이 추진되고 있다. 비행기 50% 할인 등 갖가지 장애인 편익을 제공받으려면 비수기인 6월을 택하고 있다. 비용이 제일 문제다. 손꼽아 보니 원생 70여명과 직원 및 자원봉사자 70명 등 총 1백40명이 떠나는 여행비는 대략 1천여만원의 부담이 발생한다.
‘되겠지. 언제는 여유가 있어서 운영해온 것은 아니지 않는가. 부족해도 좋은 의도, 원생들을 위한 노력들이 결국 좋은 결과를 이뤄냈지 않는가.’
심 원장은 오는 10년 전 원생들과의 약속을 위해 직원들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비록 심신의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르지만 원생들에게는 ‘꿈은 실현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심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니냐고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북돋운다.
꿈을 실현시키는 ‘일일찻집’
죽전원의 ‘10년 약속’을 듣고 맨 먼저 지구촌 청소년문화협회(회장 김진복)가 나섰다.
지난해 3월 발대식을 갖고 청소년 사업에 앞장서온 이들은 오늘(21일·토) 오전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태조산 아이티 찻집(552-0580)에서 ‘일일찻집’을 열기로 했다. 김진복 회장(37)은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과 사회소외계층인 장애우의 만남으로 사회에 희망을 던져주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일일찻집은 죽전원 원우들과 함께 다양한 공연을 선보인다. 째즈와 섹스폰, 바이올린 연주를 비롯해 어린이·성인 치어, 태권도·어린이 무술시범, 노래연주, 합창 등 다양한 즐길거리를 선사할 예정.
한편 일부 이같은 소식을 접한 개인이나 단체가 목적후원금을 통해 십시일반 모금에 동참해 주고 있어 ‘실현가능’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장애인에게 있어 제주도는 일반인에게 세계여행과 맞먹는 꿈의 여행. 10주년을 맞는 죽전원은 도전했고 원생들은 기대하고 있다. 누가 실현시켜줄 수 있을까. 지역사회 몫이라면 과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