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입법은 국회의원들에 의해 국회에서 심의되고 가결·처리된다.
국회의원 직무는 입법·의정활동… 주먹구구식, 생색내기용에 머물러
의원의 제1과제는 ‘의정활동’
‘국회’라는 말은 ‘국민대표자회의’의 준말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국회의원 역할은 ‘의정활동’을 통해 나타난다.
최근 한나라당을 탈당(전국구로 의원직도 상실)한 김홍신 의원은 국회의원이 맨 처음 하는 국회법 제24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선서문의 한 구절을 가능하면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국회의원의 직무인 ‘의정활동’을 양심과 성실로써 수행하는 의원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얼마전 한국유권자운동연합 의정평가단과 미디어다음이 공동으로 실시한 ‘16대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종합평가’ 결과가 발표돼 파장을 일으켰다. 16대 국회 3년 반 동안의 입법·정책활동에 초점을 두고 수만쪽의 국회 속기록 발언을 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자문위원단 42명이 직접 분석한 결과다.
각 당은 대변인을 통해 ‘의원활동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참신한 기획’, ‘새로운 지평’, ‘국민의 입장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지지하고 선택할 지에 대한 근거’라며 호평을 했다.
하지만 이번 평가에서 상위권에 들지 못한 의원들은 입법활동 중심 평가로서 질적인 면, 당직활동, 지역구 활동에 대한 평가가 박했다고 토로, 불만을 표시했다.
입법활동을 중심으로 한 의정활동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책을 알아보자.
16대 입법발의 가결률 14.3%
먼저 이번 국회 들어 의원 1인당 입법발의건수가 15대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15대때는 의원 1인당 2.69건이 발의됐지만 16대는 6.0건으로 늘어났다. 법안발의가 1건도 없는 의원도 31명이나 됐다.
입법발의는 늘었으나 내용면에서는 아직도 현저히 떨어진다. 16대 총 발의건수 1천5백30건중 가결된 법안은 겨우 2백19건으로 가결률이 14.3%에 그치고 있다.
지난 임시국회에서 재정경제위원회에 계류중인 법안은 30개였으나 처리법안은 지역특화발전특구법안과 강제부당퇴출은행의 피해자보상에 관한 법률로 고작 2건 뿐이었다. 나머지 28개 법안은 회기가 끝나면 자동폐기되는 쪽을 택했다. 국회사무처 한 관계자는 28개 법안에 대해 “의원들이 통과시킬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며 “그렇다고 폐기시키기에는 발의한 의원들의 체면 때문에 그렇게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입법발의는 일부 의원들의 ‘생색내기용’으로도 이용된다. 한나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책임지고 통과시키고자 하는 법안 20여개를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는 정부 입법법안은 한 건도 없는, 의원들만의 것으로 해당 지역구 유권자들 입맛에 맞는 사탕발림식 법안들이라는 지적이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6월 조사때 의원 1인당 입법발의건수가 4.4건이던 것이 6개월 후 1.6건씩이 증가했다며 유권자를 의식한 ‘몰아치기식 발의’라고 분석했다. 내용면에서도 여전히 졸속발의, 지역이기주의에 따른 발의라고 비판했다.
입법활동 외 국정감사 등 전반적 의정활동도 문제점은 여전하다. 참여연대는 제16대 첫 국정감사에 대한 시민평가에서 의원들이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상당히 성실해졌지만 일괄 질의, 일괄 답변의 구태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성숙한 태도와 함께 의원들 개개인의 준비부족, 전문성 결여, 무성의함 등이 반쪽국감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의원되려면 소신과 철학이 먼저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직무인 ‘의정활동’을 국민들의 기대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참여연대, 한국유권자운동연합 등은 몇가지 개선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첫째는 외부환경이 아닌, 내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회의원으로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갖고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외부환경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자기자신. 똑같은 조건에서도 의정활동의 서열이 정해지고 일부 의원은 꽤 만족할 만한 성과로 국민의 주목을 받기도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음으로 의정활동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지원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국회차원에서는 법제실, 예산정책국, 상임위 전문위원 등에 대한 입법지원 시스템의 전문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 정당 차원에서도 당의 전문위원, 국회 정책연구위원의 전문성과 정책지원활동의 고유업무가 확보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국고보조금 20%를 정책개발비로 쓰도록 규정하고 있는 내용을 준수해 실질적인 정책연구활동이 가능토록 하는게 바람직하다.
시민단체나 국민들의 관심도 성실 의정을 부추기는데 한 몫 한다. 누가 지켜보며 기대를 갖는다는 건 ‘열심’을 내는 원동력이다. 연중 감시 시스템을 마련, 의원들이 보다 책임있고 전문적인 의정활동을 수행케 해야 한다. 공인이 사심을 갖게 되는 것은 주위의 무관심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의원입법 1위, 심재권 의원
16대 들어 3년 연속 ‘최우수 의정활동 의원’으로 뽑힌 이가 있다. 심재권(58?민주당 강동을) 의원이 그인데 최우수 의정활동 의원 뿐 아니라 입법활동에서도 최우수 성적을 거뒀다.
심 의원의 입법발의건수는 총 18건에 이르며, 이중 7건이 가결 처리돼 전체 2백73명의 의원중 10걸에 뽑혔다.
특히 민주당에서 의원입법활동은 1위, 가결률도 41%로 10걸 중에서도 최고 가결률을 보였다. 가결률이 높다는 건 그만큼 내실있고 수준있는 법안을 마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기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의 경우 편집권 독립, 언론피해구제 강화, 인터넷 신문 등 새로운 개념으로 언론개혁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선거연령을 현행 20세에서 19세로 낮추는 내용의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개정안도 있다.
심 의원이 대표발의해 현재 시행중인 법률은 ‘출판 및 인쇄진흥법’, ‘영화진흥법’,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도로교통법’, ‘청소년기본법’, ‘의료급여법’, ‘방송법’ 등이다.
심 의원은 이같은 평가에 직무의 ‘성실감’에서 비롯됐다며 겸손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