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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마찰 개인 알력이 전체 파행으로

등록일 2004년02월1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고성이 오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여성단체협의회 정기총회의 분란직전 전경. 12개 단체 편가르기 싸움… 재정립 통해 성숙 계기로 삼아야 12개 단체로 구성된 시 여성단체협의회가 삐걱거리고 있다. 전부터 쌓여온 내부 갈등이 신임회장 선출 과정에서 폭발, 와해조짐마저 일고 있다. 지난 7일(토) 협의회 정기총회가 시청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미 회장선거 과정에 서로간 목소리를 높이며 으르렁거렸던 이들은 공식적인 총회 자리에서조차 고성과 막말이 오갔다. 공무원과 기자들이 몰려들어 관전, 여성단체협의회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광경을 지켜보며 제각각 원인을 분석하는 모습도 보였다. 일부 회원들은 ‘예견된 상황’이라며 그동안 주먹구구식 운영을 비롯한 몇몇 문제점이 표출됐다고 말한다. 이날 반반으로 갈린 여성단체들의 행태를 보면 그 가운데 김중애(바선모)·서경원(주부교실) 회장과 시 사회복지과 박미숙 여성정책담당이 문제의 단초로 작용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두가지로 분석되고 있다. 김중애와 서경원의 싸움. 그리고 시의 무리한 관여가 사태를 확대시켰다는 지적이다. 개인 싸움에 멍드는 단체들 여성단체협의회 회원들은 전부터 김중애와 서경원의 보이지 않는 세력이 형성돼 있음을 얘기한다. 그리고 둘의 알력이 ‘내편 네편’으로 갈려 갈등이 초래됐다. 이번 선거갈등의 복잡한 이면에는 “서경원이 나오면 나도 나온다”는 김중애 회장의 말에서도 둘의 싸움이 치열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선거는 여성단체 어르신으로 불리는 홍옥표(전몰군경 미망인회) 회장과 김중애 회장이 선거에 나서 3표를 더 얻은 7표로 홍 회장이 신임 협의회장이 됐다. 홍 회장은 서경원씨를 부회장으로 지목했다. 정기총회 후 일부 회원들은 이번 분란을 얘기하며 “홍 회장이 서경원씨를 부회장으로 한 것이 잘못”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그렇지 않으면 김중애씨도 이렇듯 문제삼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다. 이번 선거가 화해를 위해 출발했지만 결국 갈등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내편 네편으로 갈라져 싸우다 보니 소문도 무성했다. 큰 단체와 작은 단체의 싸움이라든가, 선거에 배후세력이 있더라며 은근히 시장까지 들먹였다. 홍 회장은 서경원의 꼭두각시라는 말도 들렸다. 한 쪽은 정관대로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고, 상대 측은 언제 정관대로 해왔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부회장이 감사를 지목한 것은 잘못이라는 의견은 받아들여져 양편에서 한 명씩 내세워 투표한 결과 양쪽이 6표씩 동률을 이뤄 이번 회기에는 감사가 두명이 되기도 했다. 회원들은 이번 사태가 방치된다면 앞으로 원만한 협의회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을 꺼내놓는다. 해결점은 무엇인가. 한 회원은 “봉사단체를 너무 오랫동안 한 사람이 독재함으로써 발생한 것으로 다년간 회장으로 있던 이들은 이제 협의회 발전을 위해 스스로 물러나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다른 회원도 “그동안 여성단체를 위한 공로는 고맙지만 더 이상 회장직을 고수하면 발전에 저해가 될 것”이라고 동조했다. 김중애·서경원 회장을 의식한 말이었다. 이에 대해 김중애 회장은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을 인용하며 2선으로 물러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서경원 회장도 협의회의 올바른 위상적립을 위해 노력을 다해 왔다며 “회원들의 뜻이라면 겸허히 수용, 김중애 회장과 함께 물러날 용의가 있음”을 전했다. ‘이래라 저래라’ 시 간섭도 문제 이번 분란의 책임이 시에게도 돌아갔다. 박미숙 여성정책담당의 협의회 관여가 ‘도가 지나쳤다’는 의견이 일부 회원들 사이에 거론됐다. 김중애 회장의 발언에 발끈, 말다툼으로 번지며 공식행사 자리를 파행으로 이끈 책임이 있다. 한 회장은 “전임·신임회장이 주재하는 자리에서 ‘회의는 끝났으니 모두 나가세요’라며 김중애씨와의 한판 말싸움으로 치닫는 경우가 어딨냐”며 여성단체협의회가 그만큼 시에 우습게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씨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모 단체회장을 앞에 놓고 김중애와 서경원씨는 안 된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 타 직원이 자기부서와 관련된 모 여성단체 회장에게 ‘누구를 찍으라’고 종용한 것도 여성단체협의회에 대한 시의 관여가 깊숙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박미숙씨는 “둘이 편가르기되어 싸우는데 시 담당부서에서 방관하고 있어도 안 되는 것 아니냐”며 “그동안 원활한 협의회 운영과 발전을 위해 힘써왔는데 ‘열심’이 오히려 ‘화’가 됐다”고 푸념. 이번 사태를 지켜본 일부 회원들은 박씨의 관여가 협의회에 도움되는 것이라도 정도를 벗어나 그동안 깊이 개입된 것이 사실이라며 이후라도 ‘선’을 두고 여성단체 발전에 이바지해주길 당부했다. 시 사회환경국 윤승수 국장은 관여와 간섭의 차이를 면도날처럼 그을 수는 없다며 “간섭이 아닌 업무적 관여의 범위에서 여성단체와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협의회 정관을 검토, 회원들의 선택을 통해 차후 ‘정관’에 의거한 원활한 운영이 되도록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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