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수) 작업실로 사용하는 아파트에는 전시 작품들로 가득차 있다. 벽에 걸려있거나 벽면 한쪽에 빼곡이 쌓여있기
자신의 작품세계와 천안미술에 대한 바람에 진지하게 설명하는 오경택 작가.
도 하다. 크기도 제각각, 어떤 것은 이미 포장돼 전시실로 옮겨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
작가 오경택(37)씨가 오는 20일(금) 쌍용동 인아트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25살이 돼서야 미술에 관심을 보인 늦깎이. 그래서인지 남들보다 더욱 분발하며 미술세계에 푹 빠져있다.
단체전으로는 2002년 향토작가초대전(천안 문예회관)을 시작으로 내포미술제, 고양미술제, 미술세계대상전, 충남 현대미술의 단면전 등 10여곳을 참여하며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고 있다.
미술의 화두는 존재성. 사고의 늪에 빠지면 의례 ‘인간의 근원’을 탐구하듯 어려서 문학을 좋아했던 그도 자연스레 인간과 존재, 생성과 소멸을 찾아들었고 결국 인간의 욕망과 그 본질을 ‘흔적’에 귀결시켰다.
“흔적은 현존의 삭제와 발생이며 치유할 수 없는 자기소멸의 불안이나 위협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적을 통해 기억의 편린을 찾아내고 그 속에서 우리의 존재성을 음미하게 되는 겁니다.”
그의 작품을 보면 갖가지 흔적과 그것을 통해 과거의 기억이 묻어나는 것을 본다. 색을 10여겹으로 덧칠한 후 때론 거칠게, 때론 섬세한 긁기로 다양한 형체를 표현하는 흔치 않는 방식을 택한다.
바다의 풍경을 만들어 낼 때 거기에 흔적을 입힘으로써 섬, 갈매기, 배, 구름 등 바다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회상으로 끌어낸다.
그의 대표적 작품(사진)에서는 김춘수의 ‘꽃’을 통해 존재성을 부각시켰다. 분열돼 흩어져 있는 꽃의 원소들이 모여들어 꽃으로 존재하기까지 다양한 방법의 긁기를 통해 이미지를 표출시켰다.
전시회 이후의 계획은 따로 없다. 작품에만 전념, 다음 개인전을 위해 몰두할 생각이란다.
“천안의 미술세계가 닫혀있어요. 미술인과 시민, 그리고 시의 3자적 관심이 필요한 시기예요. 열심히 그렸어도 보아줄 이 없는 전시회, 또는 전시회에 걸려있는 그림이 없다면…, 천안미술의 발전을 위해 다같이 노력하는 한해가 됐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