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화 ·31·천안시 쌍용동
진나라때 환온이라는 사람이 양자강 중류 협곡인 삼협을 통과할 때 있었던 일이다.
환온의 부하 하나가 원숭이 새끼 한 마리를 붙잡아서 배에 실었다. 이윽고 배가 출발하자 어미 원숭이는 강가에 병풍처럼 펼쳐진 절벽도 아랑곳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배를 쫓아왔다. 배는 1백여리쯤 나아간 뒤 강기슭에 닿았다. 어미 원숭이는 서슴없이 배에 뛰어올랐으나 그대로 죽고 말았다. 그 어미 원숭이의 배를 갈라 보니 너무나 애통한 나머지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다.
김미화(31)씨의 마음은 겨울 한파보다 더욱 에리다. 진나라때 고사, ‘단장(斷腸)’과 비유될까.
젊다는 것 하나로도 세상 부러울 것 없던 27세때 미화씨는 나영이를 낳았다. 잠깐의 행복을 누렸을까. 남편이 자신 곁을 떠나간 것도 견딜 만 했다. 나영이 3살(17개월)때 감기증세가 있어 시중의 해열제(아스피린)를 사다 먹였다. 다음날 의식이 혼미한 나영이를 부둥켜 안고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검사를 마친 나영이에게 병원측은 ‘라이증후군’이라는 낯선 병명을 들려줬다.
의사는 인플루엔자나 아스피린, 수두바이러스에서 오는 것으로 병명은 알아도 치료방법은 없다고 했다. “세 가지 중 어떤 원인인지는 지금도 몰라요. 다만 시중 아스피린은 8세 이하에겐 먹이면 안 된다고 하는 걸 나중에 알았어요. 혹시 그때 아스피린을 잘못 먹여 그런 건 아닌지….”
뇌압이 상승, 결국 죽음에 이르는 라이증후군 치료를 위해 나영이는 두개골 감압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이미 뇌압으로 졸아든 뇌기능은 전신마비로 찾아왔다. 게다가 머리접합이 제대로 되지 않아 함몰된 이마는 ‘회생’의 꿈마저 못꾸게 했다.
24시간 옆에서 지켜보고 병원을 오가야 하는 나날이 2년여 계속됐다. 엄마도 못알아보는 나영이에게 미화씨가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바라봐 주는 것 뿐.
“앞으로 나영이가 언제 어떻게 될 지는 몰라요. 어떤 모습으로든 세상을 살아나가길 바라는데…, 그럴려면 기적 같은 확률에 의지해야 하는 처지라서….”
나영이만큼 미화씨도 힘들다. 500만원 지하 단칸 셋방살이와 청소년한돌회 등 몇몇 그를 돕는 이들이 전 재산. 경제적 밑받침도 시급하지만 나영이만 바라보고 있는 미화씨의 ‘우울증’은 심각해져만 가고 있다.
“유료봉사라도 좋으니 나영이를 낮시간 만이라도 돌봐 줄 이가 있으면 좋겠어요. 낮에 몇 시간이라도 일하면서 바람이라도 쐴 수 있으면….”
누가 넉넉지 않은 유급으로, 아픈 아이를 제 자식처럼 맡아 볼 수 있을까. 미화씨는 답답한 심정으로 요즘 ‘위탁모’ 역할을 해주는 한국수양부모협회를 기웃거려 본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곳이 대전지부. 천안에서 이들 모녀를 도와줄 천사(봉사자)는 만나기가 쉽지 않을 듯.
나영이를 바라보는 어미의 눈이 따듯하단 걸, 자기를 끔찍이도 사랑한다는 걸 나영이는 알고나 있을까.
도움주실 분:☎011-334-35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