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훈/천안시노인회장
노인수 급증… 노인 스스로 복지문화 선도해야
노인과 아기 둘 중 한 명만 살려야 한다면 보통 살 날이 많은 아기를 선택하지만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는 ‘노인’을 선택한단다. 이유는 “인생경륜은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다”는 것. 노인을 그저 ‘죽음을 앞둔’의 의미로 해석하는 현 사회에서 한번쯤 되새겨 볼만하다.
의학이 발전하고 삶의 질이 나아짐에 따라 노인(65세 이상)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천안도 예외는 아니다. 2003년 말을 기점으로 노인인구는 3만명을 넘어섰다. 관내 농업인구(3만4000여명)와 맞먹는 수다.
‘노인복지’의 심각성을 아는 천안시도 각종 정책과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이미 지역사회의 현안으로 대두,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관내 노인회 전반을 관여하고 있는 천안지회(신부동 방죽오거리 인근 소재)의 이 훈 지회장을 통해 노인복지의 현 실태와 운영방안 등을 알아봤다.
▶시 통계를 보니 노인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
-요즘 무슨 사회니 하는 말을 많이들 쓰고 있는데 ‘고령화 사회’도 그중 하나일 거다. 천안시의 경우 전체 인구 중 노인이 7%를 넘어섰다. 동면의 경우 인구의 20%가 노인이다. 65세 이상이면 노인으로 규정해놓고 있는데 실제는 80(세)은 돼야 노인 취급을 받는다.
▶천안시 노인복지 수준은
-천안시는 여느 지역보다는 노인복지에 많이 신경쓰는 편이다. 하지만 노령인구가 많아 만족할 수준은 못 된다. 시 지원만으로 노인복지가 이뤄지는 건 아니므로 노인들 자체가 사회의 건전한 구성원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건전한 구성원을 위한 노력들은 어떤 것이 있나
-전임회장의 작고로 내가 2002년부터 맡고 있는데 그동안 5백61개의 조직체계(경로당-분회-지회)를 갖추는데 노력했다. 올해부터는 ‘일거리 찾기’에 매달릴 것이다. ‘노인특색사업 경진대회’라 해서 각 경로당별 일거리를 찾고 자체 운영비와 일부 수익금을 지역사회에 환원해 모범을 보일 계획이다.
▶특색사업이라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말하는가
-도심에서는 소공원 관리, 농촌에서는 유휴농경지 경작을 구상하고 있다. 그렇게 하려면 각 경로당이 스스로 다양하고 적절한 부업거리를 찾아야 한다. 성환 양령리는 하천을 개간·경작해 얻은 수익으로 장학금 지급, 효자·효부상 표창 등의 활동으로 제작년 대통령상도 받았고 쌍용동은 할머니들이 귀후비개를 부업거리로 하고 있다.
▶자연보호나 재활용에도 앞장선다는데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병천분회는 플래카드를 회수해 쓰레기봉투를 만들어 관내 노인회에 나눠줄 예정이다. 천이라서 재활용하기 좋다. 그것으로 각자 관내에서 자연보호하는데 사용하려고 한다. 고령화 사회는 단지 노인이 많다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문화를 만들어가는데 노인이 앞장서는 것 까지다.
▶지역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두 가지다. (의탁하고자 하는 건 아닌데) 하나는 우수 기업체들과 결연을 맺었으면 한다. 물질적인 도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체와 노인들이 이웃하면 지역사회가 훈훈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다. 또 다른 바람이라면 ‘전통예절이 숨쉬는’, 그런 사회를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삭막해져만 가는 사회에 노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예절을 토대로 바른 인간사회를 엮어주는 구실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