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순 / 41·아산 영인면 신봉2리 이장
농한기에 접어든 아산 영인면 신봉2리. 한창 쉬어야 할 동네 주민들이 갑자기 바빠졌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새끼줄 꼬랴, 청사초롱 달으랴, 민속놀이 준비하랴….
2월5일(목) 오후 2시부터 늦은 밤까지 열리는 대보름 맞이 마을 잔치에 마을 사람들 모두가 손님맞이에 동원된 것.
마을 사람들을 동원한 사람은 신봉2리 이장 박흥순씨(41). 젊은 나이에 이장이 된 터라 마을 어른을 잘 모시기만 해도 바쁜데 3년 전부터 일을 저질렀다.
이 마을 대대로 내려오는 대보름 행사를 마을의 화합을 위해 재현에 나선 것.
“우리 선배들만 해도 대보름 행사를 봤다는데 저는 기억이 없어서 저도 그렇고 우리 아이들한테도 보여주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신봉2리 대보름 축제인 “내이랑 마을 달맞이 축제”였던 것이다.
아무도 관심가져 주지 않을 것 같아 마을 잔치로만 하려고 했던 대보름 행사였다. 그런데 작년에는 1천5백여명의 시민들이 몰려들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작년에는 인터넷에 올렸더니 한 1천5백명이 몰려 쌀 8말, 떡 10말을 했는데 5말씩 더하고 마을 잔치가 아닌 시민잔치가 됐다”며 “올해도 많은 아산, 천안 시민들이 와서 사라져 가는 전통을 구경하길 바란다”며 박 이장은 손짓하고 있다.
작년에 이 축제에 참가했던 시민들은 점점 좋은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더구나 사라져 가는 민속놀이와 쥐불놀이, 달집 태우기 등 참가자들이 직접 할 수 있는 행사가 많기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
다른 마을사람들까지 같이 놀다 보니 서로가 하나되는 모습에 1년의 액운이 모두 사라지는 듯한 광경도 벌어지곤 한다. 또한 사라져 버리고 있는 성황당 굿, 마을제, 장승제도 재현 돼 찾아오는 관광객이나 마을사람 모두 즐거워 하고 있다.
김규태(51)씨는 “모든 사람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마을 어른들이 손이 부르트도록 짚신과 새끼를 꼬고 있다”며 “내이랑 마을 달맞이 축제에 많은 사람들이 왔으면 좋겠다”고 열변을 토했다.
신봉2리를 내이랑 마을로 칭한 것은 신봉2리가 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되면서부터다.
이곳에 오면 내 밭을 가질 수 있다는 뜻으로 내이랑 마을로 지칭하고 마을 현수막에서도 ‘내이랑 달맞이 대보름 축제’로 명명, 축제뿐 아니라 이곳에서 유기농산물도 맛보라고 권하고 있다.
박 이장은 “이곳에서는 좋은 쌀과 토마토, 잡곡 등이 많이 나는데 구경도 하고 마을의 유기 농산물도 맛보면서 고향같이 편히 쉬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작년 대보름 축제는 공휴일이어서 많은 손님이 왔는데 올해는 평일이라 많이 오지 않을까봐 걱정”이라며 “대보름 행사의 절정은 저녁과 밤에 이뤄지니 인근 주민들이 많이 와서 민속놀이와 함께 정겨운 잔치에 참여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작년 대보름 때 집안에 둔 요강 두 개를 잃어버린 김규태씨는 “놀러 오는 것은 좋은데 마을의 요강 같은 건 집어가지 말아달라”며 웃어보였다. 문의 ☎542-6543, 016-258-6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