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방남 / 천안시 풍세면·민학전가 대표
한차례 한파가 지나간 27일(화), 천안시 풍세면 소재 민학전가(대표 배방남)는 하루종일 정깨는 소리가 요란했다. 오는 2월5일(목) 장승축제에 내세울 석장승을 만들기 위한 것.
첫 행사시 70여점의 장승이 볼거리를 제공했으나 이제는 4백여명이 모여드는 중규모 행사로 발돋움, 올해로 벌써 5회째를 맞고 있다. 배방남 선생은 해가 갈수록 커져만 가는 행사준비로 분주하지만 마음은 두 배로 즐겁단다. “올해는 판소리 대가인 신영희 선생과 국립무용단, 3곳의 사물놀이 등을 선보여 더욱 볼 만할 겁니다. 게다가 전통놀이인 투호, 널뛰기, 제기차기, 떡메치기도 준비했고 뷔페도 마련했어요.” 그의 자랑이 이어지며 민학전가 내 전통문예회(12명·회장 황대규)의 작품전시가 있음도 귀띔한다.
여러 토속문화가 어우러지며 대보름 분위기를 한껏 냈지만 행사의 주인공은 장승. 예년처럼 새로운 장승을 세워두진 않지만 각각 4m와 3m의 석장승(천하대장군·지하여장군)을 만들어 위신을 세울 참이다.
올해는 유달리 준비하는 손길에 신명이 나있다. 천안시가 문화행사를 공식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5년 동안 꾸려오면서 시의 외면에 서러움이 컸다는 그. 충남도를 비롯해 문화관계자들의 호응과는 달리 천안시만 유독 문화행사의 순수성을 왜곡한 것.
“장승축제 5년만에 시가 ‘후원’을 허락했어요. 후원 두 글자 외 지원되는 건 아무 것도 없지만 시로부터 순수성을 인정받아 반갑죠.”
지난해는 처음으로 성무용 천안시장과 시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해 관심을 보였고 실사를 통해 관계부서가 행사의 순수성을 인정하기에 이른 것. 시 문화관광과 김수열씨는 “지난해 발령받았을 당시에는 부정적인 인식이 들려왔으나, 이후 알아본 바 공익성을 가진 문화행사라 판단됐다”고 해명했다.
지난 99년 민학전가 조각공원을 개관, 서민의 토속문화유산을 발굴·보존에 힘써 온 배 선생은 “삼남이 이어진 지리적 요건과 문화적 갈망이 한데 어우러진 이곳에서 지역 특성을 살린 토속문화를 발굴·계승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피력한다.
한편 지난해 관람객들에게 제공된 맛난 빈대떡은 올해 구경하기가 어렵게 돼 아쉬움을 주고 있다. 풍세면의 한 아주머니 자원으로 준비됐으나 이번 행사에는 아직 자원자가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