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수/온양중앙초등학교 교장
여자, 남자를 가리지 않는 교육풍토
남녀 구분없이 아이들이 자신의 소신과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 교사의 소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교직자의 생활에서는 남녀가 구분된 듯하다.
초등학교 교사 절반 이상이 여성이지만 이들이 교장, 교감, 교육감 등 교육의 영향력과 지도를 할 수 있는 위치는 선점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조영수 온양중앙초등학교 교장(61)은 3년 전 아산 최초 여성 교장이 됐다. 3년 동안 교장으로서 소임을 다하며 겪어왔던 교육계의 현실을 들어봤다.
▶여성 교장으로서 3년은 어떠했나
-처음 교장발령 받은 곳이 송악면 송남초등학교였다. 아산의 여성 최초 교장이라 관심과 질시, ‘뭘 하겠어’하는 시선이 느껴지는 첫발령이었다. 부담이 컸다.
더욱이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라서 못한다는 얘기가 듣고 싶지 않았다. 교육자로서 소신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사랑을 주는 교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었다.
결국 남자들도 잘 하지 못하는 일들을 교육소신과 확신을 통해 해냈고 학부모나 동료교사들이 여성 교장이라고 해서 결코 뒤떨어짐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될 때 보람이 컸다.
무엇보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늘 남자만 큰 지위를 갖는 게 아니란 것을 말 없이 가르쳐 줄 수 있는 기회였다고 본다.
▶여성이 교장이 되는 것이 어려웠나
-사실이 그렇다. 대부분의 초등학교 교사가 여성이지만 교장, 교감이 그 수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교사이기 전에 어머니이기 때문에 가정 돌보는 것이 우선이었다. 학교교육현장 뿐 아니라 가정에서 교육이 필요한데 어머니의 역할이 가정에서는 더욱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포기하게 됐다. 또 교육현장에서 이미 남성들이 기득권을 쥐고 있어 쉽사리 여성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았다. 남성들이야, 얘기가 잘 안 되면 술도 마시며 서로 풀고 교육소신도 충분히 얘기하는 기회가 많지만 여성 교사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그러다 보니 본인도 늦은 나이에 교장이 되기로 결심하고 공부해 교장의 자리까지 올랐다.
▶요즘도 여성이 교장되기 어렵다고 보나
-아니다. 사실 본인은 교장되기 어려웠지만 요즘 여교사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욕심도 많고 가사를 남편과 함께 의논하면서 자신의 지위와 교육의 소신을 펼치려는 맹렬 교사들이 많아 반갑다. 그런 젊은 교사들을 볼 때 힘이 솟는다. 꿈을 갖고 도전하는 교사들에게 그에 부합하는 자리가 마련되길 바란다. 단순히 교장, 교감이 높은 지위라기 보다는 교육적 소신을 다할 수 있고, 아이들에게 좋은 교사로서의 자질을 보여주는 것이 교육자의 지위고 교사의 자질이라고 본다.
▶아산에서 38년간 교사를 역임했는데
-아산에서만 37년이고 1년간 태안에 잠시 있었다. 오래 있었던 만큼 퇴임할 날도 멀지 않았다.(웃음) 아산시 교육행정을 38년간 보아오면서 안타까운 점이 많았다. 군소도시라서 교육의 열악함도 그랬지만 발전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은데 그것을 확 펼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이제 신도시로 성장해가는 아산을 보며 과거에 이루지 못한 것은 할 수 없지만 주거도시와 교육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길 바란다.
교육하기 좋은 조건부터 형성될 때 아산에 인구가 증가하며 살기 좋은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행정가, 정치가 모두 깊이 인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