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보 / 45·천안시 성정동 등대교회 목사
‘결손가정 아이들, 교회가 보듬을 순 없나요…’
등대교회(천안 성정동) 김수보 목사는 결손가정 문제를 교회차원에서 푸는 해법을 갖고 매일 하나님께 기도한다. 몇 번 자살을 시도할 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 교인들을 통해 위로받고 새 삶을 시작했던 그. 결국 “교회가 세상의 빛”이 되야 한다는 소망을 품었다.
IMF가 몰아치던 97년 결손가정이 늘자 서울 정릉에서 ‘한국 수양부모협회(회장 박영숙)’가 창립됐다. 가정위탁보호 전문인 한국수양부모협회는 친권을 포기해야 하는 입양제도와는 달리, 부모로부터 일탈된 아동이 부모에게 다시 돌아갈 때까지 가정적인 분위기에서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보호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김 목사는 창립회원으로 가담, 혈소판감소증을 앓고 있는 종호(5)를 위탁 양육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최근 4살 여아(부천)와 6살 남아(안양)를 양육하기로 했다.
중병을 앓고 있는 종호와는 달리 이들 두 아이는 건강하다. 여자아이는 부모의 이혼과 식당일 하는 엄마의 경제적 사정으로, 또 남자아이는 엄마의 가출과 아빠의 막노동으로 떠맡겨진 상황.
“경제여파로 최근 결손가정이 늘고 있어요. 도움의 손길은 다양하지만 ‘섬김’을 앞세우는 종교가 앞장서길 바래요. 목사나 개인보다는 종교차원의 전폭적 도움이 바람직하죠.”
그는 교회가 이들을 위한 환경(터전)을 조성하고 전문양육인이나 봉사자를 확보, 정상가정이 되기까지 한시적인 가정역할을 감당해줘야 한다고 역설한다.
봉사자 어디 없나요
아내, 유종희(43)씨는 제대로 잠을 이뤄본 지가 언제인지 아득하기만 하다. 혈소판감소증에 심한 아토피를 앓는 종호가 하루에 대여섯 번씩은 잠을 깨기 때문이다. 낮에는 아이와 놀아주기 바쁘다. 남들처럼 공부도 가르치고 투정도 받아주다 보면 어느새 저녁. 게다가 종호는 한 주에 2회 정도의 병원치료 등으로 ‘붙어 있는’ 보호가 필요한 실정. “큰 애(고3) 아침밥 해준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는 유씨. 최근에는 다른 두 아이의 위탁모로 더욱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 명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3명이나 둔 것에 오해하는 이가 있을지 몰라요. 하지만 전 이런 생각을 하죠. 이들은 우리 목사부부가 키우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키워야 하는 거라고요. 지금 당장은 어려워도 크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사랑을 베풀 일을 만들고 도움 줄 이를 찾는 거죠.”
김수보 목사는 이같이 ‘한발 앞서가기’를 통해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의 정체된 관심을 일깨우고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하는 목자의 길을 걷고 있다.
다 큰 두 아이와 세 아이 돌보는데 큰 어려움은 못 느낀다는 그. 하지만 “종호가 병원치료를 받을 때 봉사자(간병인)가 있었음 하는 바람”을 슬며시 꺼내기도.
“어려워도 10명의 아이들을 키울 생각입니다. 우리 교인들은 기도와 후원으로 동참하고 아이들을 위해 전문 사역자를 둬야죠. 교회는 복음사역이 우선이지만 이같은 섬김사역에도 관심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