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범 / 37·천안시 신방동
2003년이 불행했다는 사람들은 저 푸른 창공에 연을 날려보자. 옛적부터 조상들은 전통놀이의 하나로 정월 초하루부터 대보름까지 ‘액막이 연’을 날렸다.
천안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연박사가 있다. 용인 한국민속연보존회 회장이자 인간문화재인 노유상(99세)옹의 제자로 3년여를 배웠고 세계연날리기 대회에도 참가, 한국 방패연의 기량을 뽐낸 적도 여러 차례. 아들과 손자로 전수의 맥을 잇는 통에 연과의 인연을 접었던 이석범(37)씨가 천안 쌍용동에 내려온 건 2000년에 접어들면서다.
“직장생활하다 매형 소개로 배우게 됐죠. 외인 제자라고는 저 혼자뿐, 3년여 동안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연과 살았죠.” 40여명의 연보존회 회원들 중 몇 명만이 열심이고 노옹 가족 외에 연에만 죽자사자 파고 든 이는 그가 전부였다.
“96년 결혼 한 저로서는 먹고 살기 위한 직업이기도 했으니 새벽까지 몰두한 적도 많았죠.”
연에 집착하다 보니 연살기계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담양 대자리살 뽑는 기계를 변형시켜 민감한 연살을 손쉽게 뽑아냈다. 연, 특히 방패연만을 집중 연구했는데 그에 들어가는 살은 장살, 중살, 머리살, 허리살 4가지로 구분. 두 개의 장살은 균형을 맞춰줌으로 휨 정도가 일정해야 하고 머리살은 강해야 한다. 또 허리살은 제일 야들야들, 있는 듯 없는 듯 만드는 게 기술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것들은 십중팔구 잘 날지 못합니다. 살 두께도 안 맞고 살 세기는 더더욱 안 맞죠. 제대로 만들어진 연은 약간의 바람에도 저 혼자 훨훨 납니다. 굳이 맞바람으로 날리기 위해 뛰어다닐 필요도 없죠.”
그에 따르면 연은 전세계 공통놀이란다. 특히 해안가를 끼고 있는 나라는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센 바람으로 연날리기가 많은 발전을 이뤘다고.
그는 천안에서도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연날리기 대회가 성행했으면 하는 바람을 보인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는 ‘봉사자’의 마음에서 참여하고 싶다는 의욕을 내비친다.
“2시간이면 30명 정도 가르치는데 충분해요. 30분은 강의, 나머지는 직접 연을 만들어보는 거죠. 연을 제대로 알려면 15개 정도는 직접 만들어 봐야 해요.”
지난 11월 중순경 그가 만든 독수리 연이 봉서초등학교에서 잠시 인기를 끈 적 있다. 학교 연날리기 행사에서 여자아이에게 독수리연을 선물한 적 있는데 제일 멋있고 잘 날아 아이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은 것.
“연날리기에 관심있는 단체나 개인은 저를 찾으세요. 성심껏 자문해주고 가르쳐 드릴께요.”
문의:☎578-5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