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라는 것이 그렇게 좋습디다.”
매월 일곱, 여덟 차례 전국의 산을 찾는 산악인, 한준근씨(64·오성생식). 충북 보은의 산골이 고향인 그는 어려서부터 산과 함께 살았고 50을 넘기고는 ‘알콜에 중독되듯’ 산에 중독돼 사나흘에 한 번씩 산을 찾는 산사나이가 됐다.
95년도 이맘(12월26일) 때 ‘보람산악회’를 창립, 지난해까지 회장일을 보고 있는 그.
“그거 압니까. 봉사라는 것이 산이 주는 쾌감보다 더 좋다는 것을요. (사랑의 집)찾아가면 너무 좋아해요. 사진도 찍고 밥도 먹고 함께 즐기죠. 특히 이틀간 김장 담글 때는 옆에서 떠나질 않아요. 집에 들어오면 잠이 안올 정도로 쾌감이 찾아온답니다.”
봉사 얘기가 나오자 산 예찬론자인 그의 산 자랑이 입에서 싹 사라진다. 봉사라는 게 그렇게 좋을까. 한씨의 봉사는 그만의 특별한 것이 마음 깊숙이 자리잡고 있었다. “봉사요? 그 참맛을 알기까지는 다 막내둥이 덕분인 것 같아요. 막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가족까지 팽개치고 봉사한 그 봉사를 제가 죽는 날까지 잇겠다고 맹세도 했지요.”
91년도 당시 고등학생이던 막내(4남1녀중)가 여름방학 때 강물에 빠진 7살짜리 아이를 구하러 뛰어들었다가 심장마비로 함께 저세상으로 갔지요. 1년간 뼈저린 맘고생을 한 후에야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막내둥이 운명’이라 생각했어요. 지금도 가끔씩 학교(농고)와 직산청년회에서 모시리에 세워준 비를 찾곤 해요. 그리고 막내둥이에게 다짐하죠. ‘네가 목숨과 맞바꾼 봉사에 나도 매료됐다. 네 대신 하마’하고.”
혼자 봉사하다 보람있는 일(봉사)을 하자며 보람산악회도 결성했다. 봉사활동의 주무대는 정신지체장애시설인 구룡동 사랑의 집. 특히 김장은 5년째 도맡아 하고 있다.
올해는 그동안 독식(?)했던 회장일을 넘겨주며 보람산악회 이름으로 활동했던 사랑의 집 봉사도 그의 몫으로 옮겨왔다.
사랑의 집이 천안시 새마을부녀회에서 김장김치 2백포기를 지원받자 한씨는 사비를 들여 나머지 4백포기를 담궜다. 물질봉사는 혼자도 할 수 있지만 봉사의 손길은 혼자만으로 불가능한 일. 그의 지인들 20여명이 이번 김장봉사를 위해 모였다. “앞으로 사랑의 집 김장은 영구적인 우리 몫으로 봉사할 거예요. 이를 위해 열댓 명의 봉사회원을 모집중(017-424-5537)에 있습니다.”
한씨에게 가장 힘이 돼주는 이들이 있다. 윤선영, 이충옥, 유인선씨가 한씨에 뒤질세라 적극적인 봉사지원에 아낌없다. 이번 김장에는 한씨가 사비만으로 충당하자 “십시일반, 적더라도 회비를 통해 일을 추진하자”고 제안, 한씨의 ‘내 봉사’에서 ‘우리 봉사’로 의미를 부여했다.
“저같이 작은 봉사가 (지역사회에) 알려진다는 것이 송구하네요. 봉사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한말씀 드리고 싶네요. 봉사 한번 해보세요. 산행하는 것보다 훨씬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