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민주노동당 아산시지구당에서는 장애인 부모, 외국인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인권사각에 놓인 토론자들이 참석해 아산의 인권현실을 토로했다.
인권,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곳에서 출발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침범할 수 없는 기본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대한민국 헌법 제 10조 중에서).
그러나 생활 속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인권을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세계인권선언 55주년을 맞은 지난 10일(수) 오후 3시 민주노동당 아산시지구당 사무실에서는 ‘세계인권선언과 우리의 현실’이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이 참여해 눈길을 모았으며 장애인부모가 자신의 사례를 숨김없이 얘기해 심각한 인권침해사항에 토론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인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김형진 아산인권선교위원(온양농아인교회 목사)의 발제 후, 우리 현실에서 인권이 실종된 현실을 고발하는 다양한 사례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김형진 목사는 본인이 아파 휠체어를 타게 됐을 때를 예로 들며 “인권은 관점이다”라고 서두를 꺼냈다. “휠체어 타고 상대를 올려다 보니 마치 벌을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누구의 눈으로 어떤 눈높이로 상대를 보는가가 중요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타인의 권리를 존중한다는 것은 상대보다 높은 눈높이가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서, 혹은 더욱 낮은 자리에서 보는 것부터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신지체 발달장애 아들을 둔 김성림 충남장애인부모회 아산지회장은 자신의 사례를 말했다. “장애아동을 둔 부모를 마치 죄인 보듯 하는 현실, 장애아동이 태어난 그 순간부터 아이의 교육과 자활의 전 과정이 부모의 무한 책임인 현실”을 솔직히 말했다.
김 지회장은 “특별케이스라 많은 주위 보살핌과 지원을 받았지만 그렇지 못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은 방치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학교에 다니고자 했지만 책상을 뺏긴 학생도 있다”면서 안타까운 현실을 지적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
이재관 아산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은 정부의 미등록불법체류자의 강제추방을 위한 일제단속이 시작되자 추방을 두려워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저항하거나, 도망다니고 있는 현실을 고발했다.
이날 함께 참석한 방글라데시 노동자 자만씨는 “여기서 내가 돈 벌어야 우리 식구가 삽니다. 밀린 임금도 있는데… 불법이라 걸리면 추방당하고, 지금 있는 곳도 벌금 내기 때문에 데리고 일 못한다고 나가랍니다. 일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우리 식구들은 어떻합니까”라고 해 토론장을 숙연케 했다.
또 다른 노동자 알람씨(방글라데시)는 “하루 16~17시간 일하고 60만원~70만원 받아 너무 적다고 항의했지만 소용없게 됐다”며 “형이 아파서 돈이 필요했는데, 돈을 주지 못했고 형이 12월에 죽었다”며 말을 맺지 못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차별받는 사람들,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기 힘든 사람들이 연대해야 한다”며 연대와 단결을 통해 인권이 존중되는 활동에 함께 할 것을 결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