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열/천안노사모 회장대행(43)
정치개혁을 갈망했던 ‘대선돼지’가 이번에는 ‘총선돼지’로 나타났다. 돼지의 주인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이들에게서 희망돼지(저금통)를 분양받은 시민들은 통통한 돼지로 키운 후 깨끗한 정치인을 선택, 돼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천안 노사모는 지난 4일(목)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천안 터미널 광장에서 희망돼지를 분양하고 깨끗한 정치를 위한 시민 서명운동을 펼쳤다. 주로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오프라인으로 모습을 보인 것은 오직 내년 총선을 위한 희망돼지 분양을 위해서다.
대략 1천5백여명 정도로 내다보는 천안 노사모 회원. 그 중에서도 김남열(43)씨의 돼지사랑은 남다르다. 지난 대선 때 4천개 넘는 희망돼지를 분양, 1천여개가 되돌아오기까지 김씨는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깨끗한 선거풍토를 그리워해서일까. 간혹 사람들이 노무현을 위해 노사모가 존재하는 것 아니냐고 물으면 온몸에 힘줄이 곤두선다. “착각하는 거예요. 당시 노무현 후보를 위해 돼지를 분양한 건 결코 아닙니다. 깨끗한 정치풍토를 만들기 위해 태어난 것이 노사모고 깨끗한 정치인으로 노무현을 선택한 것 뿐입니다.”
그는 노무현이라는 상징성이 없어진 노사모가 제2의 노무현을 지지하기 위해 이번 활동에 나섰다고 밝힌다. “내년 총선을 위해 희망돼지를 분양합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 될 겁니다. 희망돼지를 받을 만한 깨끗한 정치인을 위해 불법 정치자금 대신 희망돼지가 뛰는 겁니다.”
김씨는 이번 희망 돼지 분양행사를 위해 개인사업도 뒤로 한 채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희망돼지는 충남의 수부도시인 천안 외에도 전국의 대표도시 20여개곳을 돌며 올바른 유권자를 주인으로 삼아 분양된다.
누가 시킨 것도, 명예나 권력을 얻으려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유권자가 찾아야 할 몫을 제대로 찾기 위함이다.
12년 전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미국 이민길에 오른 그가 다시 천안땅을 밟은 것은 5년 전. 북면 연춘리에 기거하며 농사와 개인사업을 병행하던 그는 지난 대선 때 온라인 속 천안 노사모 결성을 주도, 회장을 맡으며 정치개혁을 주도했다. 그에게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묻자 “내 아들이 나 같은 세상에서 살면 안 되지 하는 생각, 그리고 아들녀석이 ‘아빠는 그때(나라나 지역사회를 위해) 뭐했어’하고 물으면 한 가지라도 자랑삼아 얘기할 수 있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번 희망돼지 분양은 1천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대선때 나간 숫자의 20%가 되돌아온 것을 고려하면 이번 총선에는 2백여개가 깨끗한 정치인에게 지원돼 떳떳한 선거자금으로 쓰일 것으로 내다본다. 유권자가 지난 대선 때보다 성숙했길 기대하는 김씨는 “좀 더 많은 돼지가 내년 총선에 모습을 드러내길 기대한다”며 “희망돼지 파이팅”을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