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케이트를 사이에 두고 세원테크 노조와 전의경들이 대치돼 긴장감마저 돌고 있다.
세원테크 노조 분향소 사내 설치하려다 좌절
사용자측의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가압류 조치 등에 항의해 지난달 23일(목) 분신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충남지역본부 세원테크 지회 이해남(41?천안시 쌍용동) 지회장이 치료 도중 끝내 숨졌다.
동산의료원측은 지난달 23일 분신 직후 의료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오던 이씨가 패혈증 악화로 이날 오후 숨졌다고 밝혔다.
아산시 배방면 소재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세원테크 노조 지회장 이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8시55분경 모회사인 대구시 달서구 신당동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 세원정공내 야적장에서 온몸에 시너를 끼얹고 분신, 전신 3도의 중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아왔다.
유가족에 따르면 사망 이틀전 잠시 건강이 호전돼 말을 걸었을 때 이 지회장은 아들 이름을 부르며 “사랑한다”는 말을 유언으로 남겼다고 전했다.
이씨가 분신하기 이틀전은 둘째아들(10) 생일이었고 이씨 사망일은 첫째 아들(14) 생일이라 슬픔이 더했다고 유가족을 지켜본 민주노총 충남본부 관계자는 전했다.
이 지회장은 파업 과정에서 머리에 심한 상처를 입은 뒤 지병인 심장병과 암 등이 악화돼 숨진 노조 간부 이현중(30)씨의 죽음과 관련, 회사측의 정당한 보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 9월1일부터 세원정공 공장 앞에서 천막농성 중이었다.
세원노조 분향소 사내 설치하려다 저지
이해남 지회장의 사망소식과 함께 세원테크 아산공장(배방면 장재리 소재) 앞에서 민주노총 충남본부와 금속노조 천안·아산지역 사업장 회원 7백여명은 19일(수) 손배가압류와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날 집회는 손배가압류와 비절규직 철폐 요구와 함께 세원테크 사내에 이해남씨 분향소를 마련키 위해 열었다.
이날 집회를 막기 위해 충남경찰청소속 전·의경 9개 중대 9백여명이 회사측에서 노조회원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정문앞에 설치한 방어벽을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노조가 진입을 시도하고 전·의경이 이를 막는 과정에서 페인트 투척 및 몸싸움으로 인한 경미한 부상자가 발생했다. 또한 바리케이트를 사이에 두고 지게차와 민주노총 충남본부 안내차량이 밀고 당기며 실랑이를 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충남본부와 회원들은 “이해남씨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분향소를 설치하려 했을 뿐인데 제 집에 제 가족이 들어가는 것도 막는다”며 7시까지 항의집회를 갖다가 경찰의 저지로 해산했다.
민노총 회원들은 손배·가압류는 여전히 신종 노조탄압 무기로 사용되고 있고, 비정규직 차별은 여전히 근본적 대책이 난무한 상태로 정권과 자본이 손배·가압류와 비정규직 차별 그리고 부당노동행위 사업주 처벌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는 날까지 투쟁은 계속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들아 사랑한다
“사랑한다 경호야.”
이해남씨가 마지막 남긴 유언이다. 공교롭게도 이해남씨가 사망한 17일(월)은 첫째아들 생일이기도 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그는 구치소에 수감중일 때도 이내 이 모씨(39·천안시 쌍용동)와 두 아들에게 수시로 편지를 쓰는 자상한 아버지였다고.
“아빠가 지금 감옥에 갇혀 있는 건 도둑질이나 강도짓 해서 들어와 있는 게 아니란다.
(중략) 아빠가 정당한 일을 하고도 감옥에 갇혀 있는 거란다.”
이해남씨가 옥중에서 아들에게 쓴 편지다.
세원테크 노조원들과 유족들은 그를 ‘고집은 셌지만 낙천적이었던 사람’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연이은 수배와 구속에서도 항상 ‘잘 될 것’이라며 낙천적으로 생각했다”고 유윤호 세원테크노조 사무국장은 회고했다. 그러나 계속 되는 노조탄압과 이현중씨의 죽음, 수배는 이해남씨에게 참을 수 없는 현실로 나타났다.
그는 유서에서 “정말로 이 나라는 노동자들과 힘없는 사람들이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버거운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중략)노 대통령께서 예전에 변호사 시절 우리 노동자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셨던 때도 있었지요? 세원테크 불법폐기물 매립,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 세원그룹의 부당내부거래 등 수많은 사측의 불법행위들에 대해 고발하고 진정을 해 봤지만 역시 김모회장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더군요…”라며 그는 자신이 ‘마지막 희생자’가 되어야 한다고 썼다. 이해남씨는 유서에서 자신이 ‘마지막 희생자’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야 이 나라의 노동정책이 바뀔 수 있겠습니까?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제가 마지막 희생자가 돼야 합니다. 노동자들과 대화는 외면한 채 오로지 노동자 죽이기로 일관하고 있는 악질 기업주들에 대해서 반드시 정부차원의 대응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만이 이 나라의 경제를 살리는 길이란 것을 아셔야 합니다. 내내 건강하십시오”라며 몇통의 유서를 남긴채 지난 17일(월) 그는 세상과의 대화를 마쳤다.
한편 이해남 지회장은 대구 동신의료원에 안치되어 있고 아직 협상이 끝나지 않아 장지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해남씨 편지글
사랑하는 당신께
되도록 아이들 앞에서는 내색을 안 하는 것이 아이들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고, 내가 용기와 희망을 갖고 이곳에서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아.
당신 말대로 나 혼자만 편하게 지내려고 했던 일들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잘 살아보자고 했던 일이고, 앞으로도 해야 되고, 또 누군가는 나의 길을 또 걷겠지 못 배우고 가난한 노동자들을 위해…
2003. 1. 16. 천안 구치소에서 인호아빠가
노무현 당선자는 그래도 친 노동자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우리 노동자들에게도 좋은 일들이 있을 꺼야, 옛날에 그래도 우리 노동자들의 편에 서서 투쟁하다 옥살이까지 했는데. 김대중 정권같이 또 탄압하겠어? 아무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마음 편히 잘 지내고 있어.
2003년 1월 10일 천안구치소에서 저녁 먹고 인호 아빠가
사랑하는 큰 아들 경호에게
우리 아들들도 언젠가는 이 땅의 노동자가 되겠지만, 지금 세상보다는 더 나은 세상,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중략) 아빠 노릇도 제대로 못하고, 이렇게 감옥에 갇혀 있어 미안하지만, 그래도 모든 사람들이 더 잘살고 사람답게 살게 하기 위해서 아빠가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 거란다. 절대로 창피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누구든 물거들랑 자랑스럽게 떳떳하게 이야기하도록 해.
2003. 3. 22 천안구치소에서 사랑하는 아빠가- 헤~헤~
각계의 말말말
“내성적인 사람이 분신하지”
평소 말수가 적었던 이해남씨가 살아생전에도 내성적이라고 놀려댔던 한 노조원이 농담삼아 한번 “내성적인 사람이 분신하지”했는데 그 말한 것이 후회된다며 한마디.
“현중이 죽을 때 같이 죽었다”
고 이현중씨 일에 전력을 다하던 이해남
지회장은 이현중씨가 죽자 그때부터 노동현실에 대한 회의와 분노가 더 쌓였을 것이라며 민노총 간부가 한마디.
“경찰이지만 애석”
아산경찰서 모 형사는 첫번째 구속 때 잠깐 봤었다고. 그는 사실 고교 후배였는데 아는 척도 못했지만 대화를 하면서 심지가 곧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런데 이렇게 분신까지 하다니 애석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