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하게만 살아왔던 정명섭(46?천안시 불당동)씨가 붉은 머리띠를 질끈 동여맸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다. 2백년 전통마을인 서당골과 주민들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다.
정씨, 이씨, 안씨가 마을 전체(132가구 374명)의 80%를 차지하는 집성촌, 서당골은 아산 신도시 1단계 사업에 포함돼 개발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는 마을이다.
고요하던 마을에 개발붐이 불어온 건 수년전. 개발붐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유익하기도 하고 해를 끼치기도 하는 불씨였다. 시기가 무르익자 고속철도 천안역세권 개발대책위원회가 결성되고 마을 주민들은 이명구씨를 회장으로, 정명섭씨를 총무로 선택했다. 의기있고 제법 머리가 돌아가는 이를 내세워야 마을이 산다는 절대절명의 선택이었다.
정명섭씨도 내심 사명감 갖고 나설 일임을 안 까닭에 서슴없이 총무직을 맡았다. 이후 할 일은 태산. 하나 하나 법과 상식을 앞세우고 논리를 세워나갔다. 목소리만 키워서 될 일이 아님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나씩 따져보니 많은 문제점과 모순이 노출됐어요. 특히 그중 세가지는 반드시 개선돼야 할 문제입니다.”
정명섭씨가 내세우는 세가지는 먼저 시행업체인 주택공사로부터 천안지역 내로 이주택지를 달라는 것이다. 1단계 107만평 중 20만평에 이르는 서당골이지만 이들이 살아갈 단독택지는 아산지역 내에만 마련될 전망이다. 자칫 서당골과 주민 전체가 아산시민으로 살아가야 할 형편에 처한 것이다.
투기꾼들을 잡겠다는 정책이, 2백여년을 살아온 이들 주민만 잡는 졸책으로 변했다는 것도 이들 주민들의 주장. 토지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며 실거래가 양도세를 납부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는 기준시가를 적용하는 아산과는 막대한 금전적 손실이 초래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세 번째는 협의양도택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든다. 이는 택지개발시 원주민이 집터 외 땅을 갖고 있는 것을 내놓는 대신 택지를 우선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한 법인데 협의양도택지 규정사항이 없는 주공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에 주민들의 반발이 서릿발처럼 서려있다.
“이외에도 절차상의 문제점이 여럿 발견되고 있어요. 서로간에 상식을 내세운 협의가 진행돼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전 최선을 다해 싸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