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탑 블레이드 틀어줘, 엄마. 빨∼리.”
엄마(유종희·천안시 성거) 곁을 맴돌며 떼쓰는 종호는 영락없는 네 살박이 아이다. “광고 끝날 때까지만 기다리래도.” 차근차근 달래는 엄마의 말에 다소곳해지는가 싶더니 또다시 어깨며 팔에 매달려 “탑 블레이드 보고 싶어. 빨리 틀어줘.” 한다.
말하는 투나 발음은 이미 예닐곱 살 아이 수준이다. 베란다의 화초에 넘치도록 물도 주고 그림책에 삐뚤빼뚤 낙서하며 그것이 글씨라고 자랑한다. 그런 종호를 바라보는 엄마, 유종희씨의 웃음 뒤로 깊은 근심이 서려있다.
일명 혈소판 감소증으로 불리는 ‘위스콧알드리치(Wiskott-Aldrich)’ 병을 앓고 있는 박종호(3)군과 심수보·유종희 부부는 요즘 3가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본보 2003년 1월25일자>.
앞으로 2년 안에 종호군에게 맞는 골수기증자를 찾는 것. 이는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경제적 어려움도 찾아오고 있다. 개척교회의 가난한 목사부부로 성실히 살아온 삶. 예나 지금이나 물욕은 없지만 이젠 종호의 치료비가 버거워지고 있다. 일주일에 두세 번 찾는 병원. 그나마 얼마전 의료보험 1종이 됐지만 치료비에 드는 월 40여만원대의 비용은 이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부부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A형 채혈자 확보’에 있다. “단대 학생들과 군·경 등 50명이 확보돼 있지만 각자 수업과 직장 등에 매여있다 보니 때를 맞추기가 힘들어요. 담배나 술도 채혈 3일전에 끊어야 하고 약을 복용해서도 안 되죠. 50명이라 해도 몸상태에 따라 채혈자가 제한되고, 두세 시간 걸리는 성분헌혈이라 어려운 상태에요.”
그렇다고 냉동채혈을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대전 혈액원의 냉동혈액이 있지만 종호에게 주입되기까지 4시간여가 걸리고 20명분의 혼합 성분헌혈이라 아이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3일 주기로 찾아오는 혈소판 감소 증세는 온몸의 혈맥이 터져 입과 코, 귀, 항문 등 어디 할 것 없이 피가 흘러나온다. 게다가 충격에도 민감해 언제 증세가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 “얼마전엔 컴퓨터 책상에서 넘어져 머리를 찧었거든요. 그날 새벽 증세가 나타나 급히 단국대병원 응급실을 찾았죠. 가끔씩 발생하는 일이에요.”
심수보·유종희 부부의 아이 사랑은 ‘위탁모’로 연결된 것이기에 더욱 아름답다. 친부모가 있지만 어느날 행방불명 돼버렸고 종호군의 할아버지도 생활고로 돌볼 처지가 안 된다.
2002년 2월15일 천안성정사회복지관의 소개로 ‘1년 위탁모’가 된 이들 부부. 이젠 친부모의 사랑보다 더 진한 사연을 만들고 있다. 도움주실분: ☎552-2560, 011-9822-9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