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낙천적이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죠.”
지난 23일 대구시 달서구 신당동 소재 세원정공 공장 내에서 이해남(41·세원테크 노조간부·천안거주)씨가 분신해 현재 대구 동산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해남씨는 지난 8월26일 파업 과정에서 머리에 상처를 입은 뒤 지병인 심장병과 암 등이 악화돼 숨진 세원테크의 계열사인 세원정공 노조 간부 이현중(30)씨의 죽음에 대한 회사측의 책임을 묻기 위해 천막농성 중이던 다른 노조원들 몰래 공장 내로 들어가 몸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분신했다.
그는 고 이현중씨의 죽음을 둘러싸고 회사측의 성실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파업을 주도, 지난 6일 체포영장이 발부돼 수배를 받아왔다.
그의 부인 김모씨는 “이해남씨가 노동조합 활동으로 구치소에 있을 때도 아이들에게 정성어린 편지를 보내고 가족의 안부를 묻는 자상한 아버지였다”고 전했다.
분신 며칠전인 19일에도 아이들과 천안에서 만나 같이 목욕하고 저녁을 먹는 등 평소와 다름없었다고.
그러나 이상한 기미를 느낀 것은 그날 저녁이었다. 인터넷에 이상한 글을 올려 왜 올렸냐고 묻자, “걱정하지 말라, 죽을 것 같으면 왜 그런 글을 쓰겠냐”며 안심시켰다.
그가 남겨놓은 유서형식의 글에서는 노동자 현실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들어있다. 자신이 비록 월급 80~90만원, 보증금 80만원에 월 13만원의 13평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그보다 고 이현중씨 같은 죽음을 맡게 되더라도 노동정책은 더 이상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생각마저 든 것을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세원테크 인터넷 홈페이지는 온통 그에 대한 얘기로 뒤덮여 있다.
이해남씨 뿐 아니라 많은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기에 동감하는 분위기다.
한 노동자는 인터넷 글에서 “지금 내 가족의 가장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고, 이런 일을 계기로 정부의 노동정책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비현실”이라고 썼다. 이해남씨는 현재 위독한 상태로 지난 29일 처음으로 입을 뗐다.
“살고 싶다”고.
그가 살고 싶어하는 곳은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