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에 대한 현대인의 욕구가 점차 높아가는 걸까.
남의 손으로 지어진 집에서 살던 사람들이 이젠 ‘내 손’으로 꾸미는 집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을 돕기 위해 관내에도 생활목공클럽의 ‘가린나무공방’이나 ‘쟁이(천안시 두정동)’ 등이 생겨나고 있다.
천안시 쌍용2동 자동차매매단지 옆 가린나무공방은 월봉산 끝자락이 자리잡은 곳으로 쾌적한 산내음과 조용한 정취를 자아내고 있다.
2년 전(2001년 12월) 대학 단짝친구인 이석범·이천용(37)씨가 만나 목공방을 차렸다. “당시 목공기술을 배운 석범이를 만났을때 전 직장인이었어요. 공방을 차린다는 얘기에 귀가 솔깃했죠. 제 적성에도 맞는 것 같고… 그래서 의기투합했어요.”
이들의 공통점은 많다. 목공일뿐 아니라 낚시와 술을 좋아하고 조용한 산기슭에 멋진 공방을 짓고 회원들과 함께 생활하는 꿈도 같다.
틀린 점도 있다. 이석범(사진 왼쪽)씨는 아들만 둘, 이천용씨는 딸만 둘을 낳았고 둘 다 사진찍히기를 몹시 싫어한다는 것.
시작한 지 2년이 안 됐지만 입소문을 타고 현재 62가정이 회원으로 등록, 자기 집 꾸미기에 여념없다. “매일 오는 건 아니에요. 어떤 회원은 2∼3개월 지나서도 찾아오죠. 처음 회비 10만원이 부담의 전부에요. 자기가 만들고 싶은 가구가 있으면 언제든 찾아와 만들어 가죠. 필요한 모든 연장이 있고 공간이 있어요. 저희가 기술과 조언을 해주고요.” 회비 10만원도 소속감 부여 차원이라는 귀띔.
순수 원목만을 이용하는 가린공방은 일반제품과 비교해 반 가격이면 마련할 수 있다. 몸고생(?)은 되겠지만 드는 비용이 저렴하고 가족이 함께 할 수 있어 인기 만점. 만들고 나면 흡족한 마음과 더불어 가족이나 자신이 만든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회원제 운영은 함께 하는 즐거움이 있어서에요. 우리 운영수입의 대부분은 어린이집이나 신혼집에서 이용이 늘고 있는 주문제작에 있죠.”
이들은 주문제작이 많아 부자가 되더라도 회원제 공방운영은 계속 유지할 거라고 강조한다. “둘이 가진 게 아직 많지가 않아요. 그래도 어디 조용한 산기슭에 공방을 통한 가족 문화공간을 갖는 꿈을 계속 꾸고 있죠.”
석범씨는 찬용씨와 함께 일본잡지를 즐겨본다. 일본은 이미 생활목공이 체계화돼 있고 목공잡지는 아이 목마부터 나무집 만들기까지 섬세한 설명과 갖가지 기술을 전수해 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목공클럽이 이제 시작단계에 있어요. 하지만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죠. 천안도 전원주택이 늘고 있고, 특히 자녀에게 갖가지 놀이기구를 직접 만들어주고 싶어하죠. 혹여 그런 분 있으면 가린나무공방(☎578-5285·www.garinnamu.com)으로 오세요. 자투리 원목도 많아 경제적인 부담은 없을 거예요.”
가족회원을 위한 배려로 겨울에는 썰매끄는 개가 아이들과 놀아주고, 난로에 불도 지펴 고구마나 밤 등을 구워먹으며 ‘옛날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