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천읍 목천고등학교 앞 도로선형개량공사 현장. 작업에 여념없는 포크레인 두대와 몇몇 인부들의 분주한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또 한 명. 공사 현장에서 멀찍이 떨어져 지켜보는 눈이 있다. 이곳 공사가 추진되기까지 3년여동안 백방으로 뛰어다닌 홍성호(78) 할아버지다.
“진작 고쳐졌어야 할 도로가 이제라도 추진돼 다행입니다. 잦은 사고로 이곳 동평리 주민과 목천고 학생들이 겪은 불안과 불만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이제야 나도 마음이 편해요.”
독립기념관 경계 외곽도로로 들어서 목천읍길로 이어지는 이곳은 2차로 길이면서 직각에 가까운 선형길로 왕왕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버스나 트럭 등 대형차량은 부득이 중앙선을 깊숙이 침범해 꺾어 들어야 하는 상황. 인도 경계석 곳곳에는 아직도 사고흔적이 역력히 묻어나 있다.
“가뜩이나 내리막 급커브길이라 겨울철 빙판길에 오토바이 사고가 잦은 곳이기도 합니다. 시나 도에 수차 건의하고 쫓아다녀 3년여만에 고쳐지게 됐죠. 할 말이 많지만 이러쿵 저러쿵 말하면 뭐합니까. 그냥 ‘고쳐진다’는 결과에 만족하고 말아야죠.”
그래도 그동안의 고생에 회한이 서린 듯 홍 할아버지는 서재에서 꺼내온 두 개의 서류철을 무슨 보물이나 되듯 조심스레 보여준다.
내용인즉 이곳 도로선형 문제와 관련한 접수민원과 그에 따른 관계기관의 회신 내용들이다. “내가 도정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덕택에 여러번 심지사에게 이곳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해줄 것을 요청한 자료입니다.”
홍 회장의 집착에 가까운 노력과 함께 송석우 목천읍장과 최민기 도의원도 적극 나섰다. 송 목천읍장은 농협 부지의 20여평에 대해 토지사용승낙을 얻어 공사할 수 있게 했고 최 의원은 4000만원의 도비확보에 도움을 줬다.
시 도로과 최종재씨는 “지난해 시에서 사업예산을 확보해 발주까지 했지만 농협과의 협의가 원만하지 못해 무산되기도 했었다”며 이후 도와 협의돼 추진과정을 밟게 됐다고 전했다.
여든을 지척에 둔 홍 할아버지의 노익장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북면 연춘리 신호등 개설에도 백방으로 뛰어다녔고, 목천고 앞 버스정류장 천장에서 물이 새고 패인 노면도 시에 건의해 시정케 했다.
직책도 가지가지다. 8년전 자진해서 도정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하는 것을 비롯해 도덕성회복 국민운동본부 중앙위원, 산림청 숲해설가, (사)산림보호 충남 및 천안시지부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좀 늙었다고 집이나 경로당에만 있는 것은 바른 삶이 아니라고 봐요. 시간과 인생에 대한 경륜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여러모로 뛰어준다면 많은 부분이 개선될 거에요. 죽을 날 꼽고 있을 시간이면 뭔가 할 일을 찾으라 권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