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문화적 욕구가 늘어남에 따라 장애인 이동인구가 많아지고 있으나, 이동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동불편, 취미생활 있어도 바깥나들이 어려워
1. 선택하지 않은 장애, 건강도 그늘
2. 그림의 떡, 장애인 취업
3. 천리길 가고 싶은 장애인
4. 잘 차려진 밥상, 재가서비스
서해안시대 개막과 신도시 개발로 아산시는 발전의 가두를 걷게 됐다. 첨단으로 발전하는 시대에 인간을 위한 복지제도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바란다.
이를 위해 아산장애인복지관은 지난 5월부터 6월21일까지 두 달간 아산시거주 장애인 6백8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본 신문사는 이 설문조사를 토대로 첨단화된 복지서비스를 그려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제장애1급인 정금희(여?32?용화동)씨는 한 달에 한 번 외출하기도 힘들다.
자원봉사자가 도와줘야 겨우 바깥나들이를 할 정도다. 요즘 컴퓨터그래픽을 배워 집에서 그래픽 연습 중이지만 장애인복지관이나 그래픽 전문 도움을 받기 위해 외출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번 나가려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일단 복지관이나 아산시 사회과에 전화한 후 일주일이 지나야 하고 아침부터 화장실용기, 간단한 요기거리 등 짐보따리를 싸야 한다. 봉사자가 오기 전까지는 모두 정씨의 몫이다.
그나마 정씨는 “처지가 다른 장애인에 비해 나은 편”이라고 전한다. 하반신만 불편하기 때문에 준비를 혼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 움직이려면 이같이 큰 일을 겪어야 하는데도 정씨는 장애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많은 사회 활동에 관심을 두고 있어 괴롭다고 말한다.
비단 정씨 뿐 아니라 많은 장애인들의 생활에 있어서 여가 및 사회활동에 대한 욕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의 다양한 욕구충족에 가장 핵심은 이동권과 접근성이다.
정금희씨처럼 장애인 중 75.8%는 혼자 외출이 가능하다. 반대로 24.2%는 그렇지 않아서 여가 및 사회활동이 상당히 제약된 상태다.
일주일에 한번도 외출 어려워
장애인의 10중 7명이 매주 외출을 하고 있지만 월 1?3회 정도 밖에 안 돼 외출빈도는 낮은 편. 외출하지 못하는 사람도 14.6%로 상당수의 장애인들이 여가 및 문화생활을 하는데 기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씨처럼 자신의 개발을 위해 외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학교나 직장 혹은 병원에 가기 위한 경우가 37.3%(249명)로 가장 많다. 또 산책을 하기 위해서(15.7%)도 많은 편이다.
장애인에게 외출이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외출을 통해 사회적 진출과 자기성취, 건강과도 밀접하다. 그러나 대부분이 학교, 병원, 직장에 국한 돼 있고 자기를 성취할 수 있는 지역사회시설 이용은 거의 없는 편이다.
시설이 집에서 멀고 장애인용 버스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산시내가 워낙 넓어 10분이면 갈 거리를 한두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불편도 크다.
실제로 집밖 활동에서의 불편에 대해 장애인 74.9%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만큼 외출부담이 큰 것이다.
복지관의 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선호하는 교통수단은 자가용 이용(34.8%)이다. 일반버스를 이용하는(32.2%) 경우도 있지만 사용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런 불편함에도 장애인들은 사회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오고 자기의 실현을 위해 바깥 나들이를 원한다.
여가생활 TV, 인터넷이 전부
바깥나들이가 어렵다 보니 장애인들의 여가생활은 텔레비전 보기나 인터넷에 국한되고 있다.
문화생활을 전혀 하지 않는다(6.1%(42명))는 사람도 있지만 일주일에 단 1회 한다가 23.3%, 2회가 33.7%, 3회가 21.4%로 대부분 1~3회 정도의 문화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여가생활마저도 휴식이나 TV시청(52.5%)을 주로 하고 반대로 여행이나 스포츠, 영화감상, 미술, 독서 등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최근 인터넷 보급이 늘면서 여가생활을 인터넷으로 하는 장애인들도 많아지고 있다. 주로 바깥나들이를 하지 않아도 될만한 것으로 장애인들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음악감상이나 독서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이는 움직이지 않아도 될만한 여가생활을 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스포츠나 게임 같은 활동성 있는 것을 즐기려고 해도 장애인 이동권이 심각하게 제약 되어 있어 그 활동은 미약한 실정이다.
연령대별로 문화생활 차이
여가 및 문화활동 행태를 연령대별로 보면 차이가 나타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감상이나 관람의 경우에는 20대가, TV시청은 40대가 가장 선호하고 있다. PC통신과 인터넷은 20대와 30대에서 매우 높고 반대로 50대에선 라디오나 승부놀이가 높게 나타난다.
여행과 스포츠는 20대 미만에서 많고 미술이나 독서도 20대 미만에서 높다. 휴식이나 사교활동, 종교활동은 40대후반으로 연령대별 여가활동과 문화활동에 차이가 크다.
젊은 층일수록 활동성이나 정보통신과 관련이 깊은 활동에 관심을 보이고 40대후반은 휴식이나 사교활동, 종교활동 등은 30대 이후에서 강하다.
그만큼 젊은 장애인들일수록 활동성을 요구하고 미래에 대한 개척의지가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들의 이러한 욕구에도 불구하고 휠체어가 지나가기 어려운 보도블록, 안전사고에 우려가 깊은 교통환경, 이동편의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광필(45?풍기동)씨는 “아들이 장애를 입은지 5년이 됐는데 치료재활만 받을 뿐, 그 외 활동에 관심이 많아도 같이 나갈 수 있는 시간도 없고 혼자서 내보내려면 여간 걱정이 되는 것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장애인들의 욕구는 계속 바깥으로 향하고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세상과 접촉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들의 바람이 바람으로만 그칠 공산도 크다.
신규철 아산사회복지관 팀장은 “복지관에도 셔틀버스가 있지만 아산시내 전역을 돌 수 없는 형편이라 다수의 장애인들의 재활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지역별로 장애인복지관 등 시설이 더 필요한 실정이지만, 이들의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