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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례 수필가의 '소풍'

천안수필

등록일 2024년05월0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일곱 살, 두 살 남매, 손주들이 놀러 왔다. 봄날 볕이 좋아 근처 도솔공원을 찾았다. 집 가까이 자연 친화적인 공간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넓고 큰 야외음악당 나무바닥에서 녀석들이 마음껏 소리 지르며 뛰논다. 한쪽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하늘을 향해 누웠다. 집에서 가져온 간식과 보온병에 가져온 커피를 따르자 향기로운 봄바람 냄새와 섞이어 코끝이 쨍해진다. 따뜻하고 잔잔한 파문이 가슴 저 밑바닥에서 스멀스멀 기어올라온다. 왠지 익숙한 느낌이다.

일곱 살짜리 사내 녀석은 파릇파릇 새순이 돋고 있는 풀을 뜯고 모래를 모아 소꿉놀이에 빠졌다. 겨울동안 떨어진 낙엽과 잔가지들이 모두 소품이 된다. 어디서 본 것은 있는지 잔가지를 얼기설기 놓더니 그 위에 종이컵을 얻어놓으며 장작불을 지피겠단다. 한참을 씨름하더니 근사한 밥상을 차려놓는다. 애들 엄마가 곁에서 맛있다며 탄성을 지른다.

“어머나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밥상은 처음이어요. 다엘 쉐프님 정말 짱이여요.” 하며 엄지척을 내민다. 아이의 입이 헤벌쭉해지며 어깨에 저절로 뽕(?)이 올라간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그랬던가. 자신감이 한껏 생기고 또 다른 놀잇감을 찾으려 머리 회전하기 바쁘다. 이제 또 무얼 하려는지 돌멩이들을 하나씩 모으며 찾아 나선다.

위험한 자동차나 자전거 애완견들도 오지 않는 유일한 공간이라 또래 꼬마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일요일 오후 3시쯤이라 다들 일탈을 하러 나온 모양이다.

두 살짜리 여자아기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옹알거리며 자꾸만 달아난다. 아직 말이 늦어서 엄마 아빠 정도이다. 이제 걸음마를 떼고 제법 자신감이 붙은 모양이다. 기저귀를 찬 통통한 궁둥이를 씰룩거리며 뒷짐 지고 걷는 것이 새끼오리 같다. 앞만 보고 걷다가 뭐를 봤는지 냅다 달린다. 멀리 강아지 산책시키는 사람을 보고 그쪽으로 몸을 돌린다. 입으로는 “멍 멍” 하면서 무작정 그쪽으로 잽싸게 움직인다. 아기 뒤를 조용히 뒤따르던 아빠가 정신없이 따라서 뛴다. 얕기는 하지만 계단이 두어 개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앞만 보고 바쁘게 달린다. 순간 아빠가 얼른 손을 내밀어 몸을 잡는 바람에 앞으로 넘어질 뻔한 것을 면했다. 순간 아찔 큰일 날 뻔했다. 아기를 품에 안으며 놀란 가슴을 뒤로 하고 아빠가 활짝 웃는다.

“아이고, 우리 다미는 달리기 선수가 되려나?”

다미가 더 아기 때는 성격이 매우 조심스럽고 소극적이고 겁 많은 아기였다. 늘 엄마 아빠가 위험에서 무조건 보호해 주고 이뻐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난 후부터 조금씩 성격이 바뀌고 있었다. 안심하고 자기를 내어 맡길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말했다. 쇼파에서 평면을 걷듯이 바닥으로 내리 딛는 것을 몇 번인가 붙잡으며 뒤로 내려오라고 가르쳤다. 그 뒤 알아들었는지 조심스럽게 뒤로 내려왔다. 자기 발로 걸을 수 있게 되면서 조금씩 과감해지고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하며 행동에 임했다. 믿음은 이렇듯 사람을 확신있게 변화시키나 보다.

아빠와 엄마가 자기를 믿어주고 언제든 위험에서 건져주리라는 확신이 있기에 아기들은 부모라는 울타리 안에서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그렇게 자신감도 배우고 위험도 견뎌내면서 점점 바른 어른이 되어 가리라 믿는다.

신앙이라는 믿음도 이것과 다를 바 없다. 세상이라는 위험천만하고 변화무쌍한 길 위에서.

편집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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