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이야 깨져있는 집 앞 가로등은 손수 갈았고 길바닥이 지저분하면 빗자루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제 일이 아니면 절대 신경쓰지 않는 게 상례가 돼버린 현실.
“민원인들과 접하다 보면 우리 사회가 몹시 삭막하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손쉬운 것도 손가락 까닥 않고 시행정만 비난하는 예가 많아요.” 현 사회가 개인의 안위만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는 거 같다는 시의 한 민원부서 직원의 푸념이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만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얼마전 6쪽짜리 내용의 사연이 등기우편으로 본지에 들어왔다. 8장의 사진이 함께 동봉된 내용인즉 ‘쌍용지하도 인도 문제’.
김형석씨라 밝힌 그는 지하도 중간지점이 꺾여있고 조명이 어두우며 이를 이용해 불량배들이 출몰, 통행인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대로 현장은 실제 밤거리의 불안심리가 작용하고 있었다. “불량배들이 돈을 빼앗고 부녀자나 학생들을 추행하는 일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아는 몇몇 주민들은 새벽에 이곳을 지나기가 무섭다고 교회 새벽기도를 포기하기도 했답니다.” 그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어두워도 안전한 통행길이 되도록 시행정의 조치를 바라고 있었다.
시는 김형석씨의 적극적인 지역사회 관심을 즐거워하며 새벽 현장을 점검했다. 그리고 굳이 쌍용지하도가 아니라도 밤길, 으슥한 골목길이나 통행인이 적은 곳이라면 비슷한 두려움이 내포돼 있는 정도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선에서 결론을 맺었다.
시 도로과 최종재씨는 “우려할 만한 사항은 아니라고 판단되나 소수의 주민이라도 두려움을 안고 있다면 신경써야 하는게 시행정의 책무”라고 밝혔다. 시는 반사경 등 안전에 필요한 시설물 설치가 필요치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입구쪽 전등 한개를 추가 설치하는 것과 전등청소 등의 조치를 취할 것임을 전했다. 그리고 문제의 심각성을 떠나 주민 하나 하나가 김형석씨처럼 ‘내 일같이’ 관심을 갖는다면 지역사회는 그만큼 밝아질 거라는 말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