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봉사 10여년, 구안와사도 치료 거뜬… 신묘막측
산들거리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이효원(여·47)씨는 모처럼 풍세면으로 향한다.
풍세면사무소에 이르기 전, 오른쪽 산등성이로 꺾어들자 장승과 석공예로 옛 전통을 어루만지는 민학전가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입구에 들어서기 전에 민학전가의 주인, 배방남 선생이 반가이 맞는다. 많은 인사를 나눌 사이도 없이 이씨는 가방에서 목침만한 침통을 꺼내들고 맡겨진 일을 시작한다.
몇몇 노인분들이 무릎과 허리통증을 호소한다.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레 찾아오는 통증이다. 정성껏 한 침 한 침을 놓노라면 쌀쌀한 날씨에도 이마며 콧잔등에 땀방울이 밴다. 아무리 신통하다고 소문난 침이라도 연골이 닳고 닳은 이들을 한번에 치료하진 못한다. 적어도 서너번은 침을 놓아야 하루에도 몇번씩 찾아오는 고질적인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배 선생님이 가끔 아픈 이들을 불러모아줘요. 제 침술이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이효원씨가 배운 침술은 30여가지가 넘는 중국 침요법 중 ‘직혈침’이라고 부른다. 이제 10여년이 지난 후여서 남을 위한 봉사에 관심을 가지는 여유도 가지지만 한때 이씨는 하루종일 쑤석거리는 통증으로 사람사는 것 같지 않던 때가 있었다.
“일찍 결혼해 아이 셋을 두고 30 고개를 넘을 무렵, 이유없이 온몸이 아프기 시작했어요. 이곳저곳을 다 다녀도 병원에서는 신경성이라고만 하더군요. 그러다 우연히 직혈침을 맞게 됐는데 통증이 조금 사라지더라구요. 바로 이것이다 생각하고 직접 배우게 됐어요.”
이씨는 그로부터 일주일에 한번 2시간씩 3년을 배웠다. “배우면서 직접 제 몸에 시술했죠. 제 자신이 가장 좋은 모델이었죠. 그래서 남들보다 쉽고 빠르게 배운 것 같아요.”
이씨는 스승과 자원봉사도 다녔고 96년 대한침구사협회에도 등록, 세계침구봉사자자격증도 땄다. 이 자격증은 세계 어디를 가서도 침으로 봉사할 수 있는 공인 자격증인 것. 이왕 따는 것, 좀더 노력해서 98년 중국침구사면허증과 긁는 치료법인 괄사요법사자격증도 땄다.
이씨의 신통한 침술은 많은 이들에게 기적같은 고마움을 선사했다. 입이 돌아가는 구안와사도 고쳤고 중풍자 치료에도 도움을 줬다. 철로에서 떨어져 등에 주먹만한 혹 같은게 나온 것도 없애줬고 노인들의 무릎이나 허리 관절치료에도 늘상 침술효능을 보게 했다. 최근에는 4층에서 떨어져 만신창이가 된 강아지도 맡아 멀쩡한 상태로 고쳐줬다.
“우리집 경제사정은 괜찮은 편이에요. 애들도 다 컸고요. 천안에는 직혈침을 놓는 이가 저 말고도 네 분 정도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분들과도 연계해 앞으로 우리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많은 봉사를 하고 싶어요. 작은 도움일 테지만요.”
문의: ☎016-404-8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