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병민(39)·유원제(46)씨 부부와 최민선·박창호씨 부부.
잃어버린 지갑, 주운 이나 찾은 이 미덕 나눠
명절 대목을 앞둔 시점, 금전적 유혹을 뿌리치고 지갑을 주워 주인을 찾아준 이가 있어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지난 5일(금) 밤 성환시장. 박창호?최민선 부부는 어느 순간 지갑이 없어진 것을 알고 발을 동동 굴렀다. 1시간 넘게 주위를 맴돌며 애태우던 그들에게 성환파출소에서 전화가 왔다. 누군가 지갑을 맡기고 갔다는 것.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잃은 지갑이라 설마 찾을 수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깜깜한 밤의 현금 30만원은 누구라도 큰 유혹을 받기에 충분했을 거에요. 어찌나 반가운지 없어진 것이 있는지 확인해 보라는 경찰의 말에 한동안 ‘확인한다는 자체가 죄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직 이 세상에도 따뜻한 사람들이 있구나 하고 감동받은 그들 부부. 게다가 경제적인 재기 발판을 모색하던 중 벌어진 일이라 30만원의 가치는 3천만원에 버금같다. 박씨는 파출소에 적어놓은 인적사항을 통해 연락했고 오히려 이런 인사는 고맙고 쑥스럽다며 만나자는 제의를 한사코 사양.
이 사회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그들 부부는 본지에 제보,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결국 선행을 베푼 은인들을 가까스로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지갑을 보고 욕심이 없진 않았죠. 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 파출소로 달려갔죠.” 유원제(46)·김병민(39) 부부는 시장이 열리는 전날, 잘 하는 성환의 한 국밥집을 들러 나오다 지갑을 줍게 된 상황을 설명했다. 유원제씨는 지갑을 발견하자마자 ‘잃어버린 사람 심정이 어떨까’ 안쓰러워 하는 아내 김병민씨와 함께 파출소로 직행.
한자리에 모인 이들은 서로의 겸손과 미덕을 전하며 우애를 다졌다. 박창호씨는 “내가 가진 전부인데, 자칫 부부애에도 문제가 생길 뻔했다” 하고 지갑을 잃어버린 당사자, 최민선씨는 “남편으로부터 큰 곤혹을 면했다”며 맞장구치기도.
유원제씨는 “당연한 사람의 도리”라며 “주워주는 자체에서 우리 부부도 자그만 기쁨을 이미 얻었다”고 겸손해했다. 이들 부부는 한달 전에도 모 아파트 입구에서 지갑을 찾아주는 등 그동안 크고 작은 선행이 몸에 배어 있었다.
이날 박창호씨를 따라온 이웃집 장백순(65)씨는 “늙은이라도 본받을 일이라 좋은 분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 따라왔다”며 “박씨 부부도 평소 좋은 선행을 많이 해 복받았다”고 덧붙였다.
소식을 전해들은 김갑길 직산읍장은 “직산읍민의 선행사례에 마음 흐뭇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듯 하면서도 막상 하기 힘든 일 아닌가”하며 치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