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충남도당이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며 국민의 힘 충남도의원들을 성토했다. ‘일방적인 통과’는 표현은 국민의 힘이 현재 국회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에 성토하는 말이기도 하다. 서로 꼬리를 무는 식의 힘의 논리이자 민주주의 허울을 둘러쓴 다수결의 횡포다.
또한 민주당 충남도당은 교권침해나 학습권 피해 등을 이유로 폐지안을 통과시킨 국민의 힘 충남도의원들에게 ‘과도한 학생인권의식’에 기인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왜곡된 시각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이 말하듯 충남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자유권·평등권·참여권·교육복지권이 핵심이다. 다른 인권이 존재하듯, 학생인권은 후발주자다. 학생들의 인권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학생인권만 그 권한을 강화해 다른 인권을 무시하고 핍박하자는 게 아니다. ‘인간이 가지는 당원한 기본적 권리에 대한 규정이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도 조례폐지를 숙고해 달라고 충남도의회에 권고문을 보냈고, 헌법재판소도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설명이다.
폐지의 주요사유로 꼽는 교권침해는 조례간의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즉 동성애 논란과 같이 왜곡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충남교육청이 재의를 요구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하니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국민의 힘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자세에서 머리를 맞대고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도 했다. 민주당 충남도당은 18일 교권보장과 학생인권은 대립과 갈등의 관계가 아닌 서로 존중받아야 할 권리라며, 충남학생인권조례의 폐지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민주당이 이리 말하니,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처럼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충남학생인권조례가 뜨거운 논란이 되는 것은 아직 찬·반에 있어 조율이 되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충남도의원들만 멋대로 다수의 칼을 휘둘렀을까.
지난 7월 데일리안이 여론조사를 실시(국민 1000명)한 결과 교권추락의 원인이 학생인권조례라는 의견에 국민55%가 공감한다고 했다.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 양천 공립초 교사 무차별 폭행, 원조 모 고등학교 수업 중 하면 취식 라이브방송사건 등이 학생인권조례가 원인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당 지지층에서조차 높이 나타났다고 했다.
차치하고, 양측이 비등한 논란은 공감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쪽이 교권침해와 학생인권의 상관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동성애도 왜곡된 시각이라 한다. 이해와 공감의 시간을 갖고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 똑같은 이유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장 죽고 못사는 다급함이 아니라면 어느 방향에서건 좀 더 시간을 두고 모두가 원하는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조례를 만드는데 양측이 반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문제있는 조례가 만들어져 통과될 수도 있고, 문제없는 조례가 폐지될 수도 있다. 그 대립과 갈등이 심각하다면 한번쯤 원인을 찾아 숙고해보자. 모두가 원한다면 왜 논란이 되겠는가.
18일 당진, 서산, 아산, 천안, 홍성 YMCA도 충남학생인권조례의 폐지조례안 의결을 규탄했다.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반인권 세력에 상식적인 시민들, 합리적인 시민사회와 함께 끝까지 맞서갈 것이라 주장한다.
공감과 이해보다는 ‘투쟁의 역사’가, ‘힘의 논리’가 고개를 바짝 들고 있다. 강자의 지배도 문제지만 약자가 힘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더 이상 그 사회는 민주라든가 자유라는 말이 온전할 수가 없다. ‘힘의 논리’로, 또는 ‘약육강식’의 세계가 펼쳐졌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