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총선의 지역구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됐다. 하지만 기득권 유지를 위한 선거제도 줄다리기와 이로 인한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인해 정치신인과 유권자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 이에 ‘경실련’은 거대양당의 기득권 내려놓기와 조속한 선거구 획정을 촉구한다.
내년 4월10일 치러질 총선 레이스가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시작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120일 전인 12월12일부터 22대 국회의원선거 출마를 희망하는 예비후보자들의 등록을 받았다. 17일까지 충남에서만 11개 선거구에 27명이 예비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4·10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여야가 선거구 획정 및 선거제 개편에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거구가 변동될 수 있는 상황에서 선거전에 나서야 하는 정치신인과 유권자들은 혼란스럽다.
한시라도 빨리, 더 많은 유권자에게 얼굴을 알려야 하는 신인들은 어디에서, 누구에게 선거운동을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하고 있다. 일부 후보들은 현역의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라며 신인과 대결해야 하는 현역 입장에서는 급할 것이 없다는 태도다.
이는 거대 양당이 기득권 셈법에 따라 선거제도를 둘러싸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선거구 획정이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 챙기기 관행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진다 해도 현역의원들에게는 큰 피해가 없는 반면, 정치 신인들에게는 혼란을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선거구 획정이 19대 총선은 선거일 44일 전, 20대 총선은 42일 전, 21대 총선은 39일 전에 결정되었다. 선거때마다 선거구 획정을 늦장 부리고 20년동안 법정기한을 지킨 적이 한번도 없다.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 12월5일 지역구 선거구수를 현행대로 253개로 유지하는 내용의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충남은 분구나 통합 선거구 없이, 경계조정 대상으로 충남 천안시 서북구를 중심으로 한 ‘천안시을’ 선거구만이 주변지역과의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구상한선을 넘겼기 때문이다. 이 선거구 현역의원을 제외하고 선관위에 예비후보로 속속 등록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선거구가 뒤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후보들은 자신 정책과 비전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유권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유권자는 누가 우리 지역후보인지도 모르는 반쪽짜리, 깜깜이 선거를 해야 하니 불공평하고 불합리하다.
현역과 신인간 공정경쟁을 위해 도입된 예비후보등록제도가 오히려 정치신인들에게는 하나의 장벽이 되었다. 관행처럼 굳어진 선거구 획정지연은 국회의 직무유기이고 공직선거법 위반인데도 도대체 지킬 생각이 없이 자기들 마음대로다. 하루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법정 시한을 넘기고도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직전 선거구를 준용하는 등 경과 규정을 마련하고, 각 정당의 공천시한을 선거일 전 60일 전으로 법제화하며, 공천 관련 법정시한을 지키지 않는 정당에 대해서는 국고보조금 배분 등에서 일정한 불이익을 가하는 등 강제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아예 국회가 개입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도 찾아보자.
선거제 개편도 지지부진하다. 여·야는 선거법 개정을 서둘러 교착상태를 뚫어야 한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사표 축소와 비례성 강화를 위하여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모델로 선거제도개혁을 모색해왔다. 거대 양당은 이러한 선거제도 개혁방향의 연장선에서 비례의석 확대와 위성정당 방지법 등을 논의했어야 함에도 기득권 셈법에 따라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소극적이거나 반대하는 모양새를 보여왔다.
지금이라도 기득권 셈법 내려놓고, 국민 공론조사의 결과에 따라 비례의석 확대와 위성정당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국회는 선거법 개혁과 선거구 획정을 하루빨리 마무리해야 한다.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선거일이 코앞인데 선거구도 모르고 선거제가 마련되지 않았다니 말이 되는가.
현역의원에게만 유·불리를 따져 선거제 개편하고 선거구 획정하는 것은 경쟁자와 유권자를 무시하는 민주적인 행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