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손된 관정.
녹색연합 - 고속철 환경관리 실태보고서 발간
단군이래 최대 국책사업이고 아산경제부흥에 희망이란 수식어가 붙은 경부고속철도가 개발이란 미명하에 무참히 환경을 짓밟아 온 것이 드러났다.
경부고속철도는 1992년 6월30일에서 시작해 18조4358억원이 투자된 단군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다. 2004년 2월이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임시개통을 하게 된다.
그러나 10년 동안의 공사는 수많은 환경파괴와 훼손을 낳았고 공사장 근처 주민들의 재산피해를 가져왔다.
특히 경부고속철도 구간 중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은 아산시 배방면 장재리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장재리 주민들은 그동안 시위와 탄원을 통해, 공사로 인해 아이가 유산되고 농작물이 자라지 않고 가축이 출산하지 못하는 등의 피해를 호소해 왔으나 그동안 이렇다할 만한 조사가 시행되지 않았다.
그것은 건설교통부와 고속철도 건설공단이 공사과정에서 지켜야 할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이를 관리해야 할 환경부와 아산시가 제구실을 못했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 믿을 수 없다
녹색연합은 경부고속철도 구간이 지나가는 천성산 구간 환경영향평가서가 허위로 작성됐음을 발견한데 이어 공사가 거의 완공된 서울-대구 구간의 환경영향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파악하기 위해 추진실태를 점검하는 현장조사를 전개했다.
녹색연합은 지난 4월 이후, 경부고속철도 사업이 이루어진 공사현장과 주변 산림지역, 주민거주지역, 농경지, 하천 등 전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지난 10년간 고속철도의 환경에 관한 민원과 논란이 제기된 중앙환경분쟁조정위,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감사원, 국정감사 등의 사례도 검토해 현장 확인한 결과 아산시 배방면 장재리 일대가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피해구간 중에는 경기도 광명역사를 비롯해 터널 및 주택균열, 터널발파공사로 주택균열이 발생한 대전 대덕구 읍내동,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옥강리, 그리고 배수로 문제와 고속철 변전소 건설로 피해를 입은 충북 옥천군 상촌면 임산2리와 김천시 남명 옥산리 등도 피해지역으로 나타났다.
사람과 가축 죽이는 고속철
고속철 피해가 가장 심각한 것은 소음과 진동으로 인한 인명과 가축피해다.
중국에서 시집온 지 얼마 안된 김모씨는 고속철도 역사 신축을 위한 파일 공사와 30m 떨어진 주택에 거주해 왔다. 김씨는 파일공사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으로 아이를 유산했다. 그러나 직타 공사로 인한 소음과 진동에 유산한 직후 안정을 찾지 못하고 이혼 후 본국으로 돌아갔다.
60가구 1백명이 거주하는 장재리2구는 지난 93년부터 시작된 천안아산역사 공사로 생존권마저 포기해야 했다. 마을 주민의 주요 소득원은 논농사와 축산이었다.
그러나 직타공사로 가축이 유산되자 한우사육을 포기하는 가정이 늘었다. 직타공사가 끝난 즈음 주민들은 생계를 위해 다시 가축을 키우기 시작했지만 소음과 진동은 멈추지 않았고, 밤, 낮으로 진행됐다. 레일공사, 한밤중의 경적 소리, 지붕설치, 용접, 분진 등의 피해가 이어지면서 축산농가의 피해가 이어졌지만 고속철도공단은 공사 이후 발생된 가축 피해에 대해서는 어떠한 보상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전언이다.
김문주 장재리2구 이장은 “이곳에서 축산업을 시작하는 것은 이제 하나의 모험이 되었다. 왜냐하면 언제 어떠한 형태로 소음과 진동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파일의 직타공사의 진동으로 30m 떨어진 양식장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2003년 6월 현재 양식장은 마을의 조그만 웅덩이가 되어 그 흔적만을 보여주고 있다.
태아유산, 기형소의 탄생, 어린아이 경기 등 수많은 피해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방음벽 하나도 설치하지 않고 하루에 12시간 동안 파일공사를 진행했다.
지하수 고갈도 심각
장재2리 주민들은 고속철도 공사가 시작되기 이전, 가정마다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10m 가량의 지하수 관정을 파서 사용했다.
그러나 고속철도공단의 천안아산역 공사 이후 2~3년이 지나면서 서서히 지하수가 말라버렸다.
직타공사로 지하수 수맥의 흐름이 바뀌면서 지하수가 말라버렸다. 고속철도공단측에서는 대체 지하관정을 설치해 식수를 공급했으나 이마저도 식음수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수질이 아니었다. 녹색연합은 고속철도 공사 이후에 지하로 스며든 오염물질이 지하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병수 부녀회장은 “주민들은 공사가 시작된 이후 2~3년의 기간 동안 지하수가 오염되어 마시지도, 씻지도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들려줬다.
이후 고속철도공단은 지하관정이 식수로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자 정수기를 설치해 주었다. 그러나 잦은 고장으로 마을 사람들의 불신이 커졌고, 수리를 위해 사용되는 모든 비용은 주민들이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속철공사 이전 지하수를 이용하던 주민은 이제 고속철도 공단의 관정에서 나오는 오염된 물을 돈 주고 마시는 처지가 된 셈이다.
균열, 먼지, 교통사고 이제 그만
“사람도 죽어나가는 판에 균열이나 먼지는 대수롭지 않다”는 이명경 장재리2구 부녀회 총무.
그녀의 말끝 뒤에는 국도21호선을 가리키고 있었다. 장재리 주민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곳은 21번 국도에서 갈려진 폭 5m의 도로 뿐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공사 차량과 마을 주민은 이 길을 함께 지나야 했다.
하지만 공사에 필요한 차량이 우선이었기에 마을 주민은 입구를 막고 공사가 진행되면 기다려야 했고 먼지가 날리면 그냥 마셔야 했다. 또한 공사 시작 전에는 발생하지 않았던 교통사고로 2000년 6월과 9월에는 21번국도 앞에서 2명의 마을 주민이 사망하기도 했다.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10년 이상 진행된 고속철공사는 국민의 소중한 혈세를 낭비하면서 터널의 안전위협, 생태계파괴의 부실을 양산했다. 한편, 환경영향평가를 관리, 감독해야 할 환경부 역시 고속철도 서울∼대구 구간의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현장 확인이나 사후 확인을 했는지 의심된다”며 “국책사업의 엄정한 집행과 서릿발 같은 정부의 환경관리가 요구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