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세 잠깐만 하자던 고아들 보호가 50년 넘어…
“애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지만 요즘은 자꾸만 회의가 들어. 진정 만족할 만큼 한거냐 하고. 평생 다람쥐 마냥 쳇바퀴 돌 듯 한 건 아닌지…. 마지막까지 잘해놓고 가야지.”
내년이면 팔순을 바라보는 김옥화(78) 삼일원 원장. 이제 살 날이 멀지 않았다며 조급한 마음을 내비친다.
꽃다운 18세.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시집갔으나 남편은 징용과 함께 전장에 목숨을 바쳤다. 1951년 1월, 두 아이를 둔 26세 새댁이 시작한 일은 천안 피난민수용소 창설이었다.
동족간의 비참한 전쟁이 발발, 부모 잃은 고아들이 거리에 넘쳐나자 천안역 앞에서 임시로 아이들 도와주기 시작한 게 동기라는 김 원장. 잠깐만 하자던 봉사는 부모의 서울집을 팔아 53년 3월 지금의 삼일육아원을 신설하게 됐다.
“51년 피난민 수용소 때부터 내가 원장 했지. 10년 전 돌아가신 부모는 일절 간섭 안하고 내 하는 걸 지켜만 봤어. 억척 같은 삶을 시작했던 거지.”
천안 관내 육아시설은 3곳이 있는데 그중 도심지에 자리잡은 곳은 삼일원 뿐으로, 대지 7천5백20㎡에 7개 동을 보유하고 현재 24명의 직원이 97명의 아동과 생활하고 있다.
▶아이들이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는가
- 공부 잘하는 게 우선이다. 공동체 생활로 일반 가정보다 환경여건이 열악하다. 교육비도 턱없이 부족하고. 물론 인성과 건강도 중요하지만 능력있는 사회인으로 자라는데 있어 공부는 필수적인 것 아닌가.
▶최근에는 실내운동시설도 갖췄다고 들었는데 시설 여건은 만족하나
-정부 보조로 건물 옥상에 건조장을 두었는데 눈·비 올 때 아이들이 놀 공간이 없음을 감안, 그곳에 탁구대 등 몇몇 놀이시설을 두게 된 거다. 바깥 계단도 비가림 시설을 준비중에 있다.
▶선생들도 노동(?)을 한다던데
- 내 집은 내 손으로 가꾸자는데 있다. 아이들 학교가고 나면 시설주변 청소에 시간을 할애한다. 오후에도 “나에게 한 시간쯤 다오” 하며 선생들과 함께 주변 조경을 가꾼다. 높은 나무의 가지치기는 봉사자들이 오면 부탁하기도 한다. 옛날에는 선생들이 농사까지 짓기도 했다.
▶큰 계획도 갖고 있다고 들었다
- 그동안 우리 애들에게만 신경썼다. 그런데 이곳 주변에 불우아동들이 많다. 늘 마음에 걸렸는데, 인근 전철부지로 판 돈(24억원)도 있고 해서 3백여평의 땅에 도서관을 지으려고 한다. 후년 정도면 공사가 시작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데 도서실과 컴퓨터실 등을 갖추고 어려운 아이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영아 전담시설도 운영계획이 있다 들었는데
- 어려운 경제형편에 맞벌이하는 부부들이 늘었다. 그런데 저렴하고 믿을 만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종일반이라 해도 시간대가 안맞기도 하고. 그래서 어려운 가정을 대상으로 한 영아 전담시설을 운영할 계획이다.
▶예전과 비교해 인심은 어떤가
-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주5일제다 뭐다 하는데 이런 곳을 찾아 봉사하는 이들이 는 것 같다. 자기 직장생활도 어려울 텐데 사랑을 베풀 수 있다니 고맙기만 하다. 사회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