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조높은 화술, 호소력 넘치는 독백체 대사, 성격파 배우의 한판극
1936년 동양극장에서 초연된 신파극이 오는 21일(일) 천안을 눈물과 웃음바다로 만들 예정이다.
월북작가 임선규 원작을 10년간 대중극 연구에 몰두해온 이윤택이 새로운 감각으로 연출한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를 성환 문예회관(관장 조광희)이 가을 초입을 맞아 야심찬 기획공연으로 내놓은 것. 이미 8월29일 안양문예회관, 의정부 예술의 전당을 시작으로 대성황을 이루었으며 천안, 강릉, 동해, 김천, 현대예술관, 부천, 거제 등 ‘2003 전국투어’ 중에 있다.
동양극장 시절 17년간 장기공연된 최고인기작이자 지난 95년 동양극장 개관 60주년을 기념해 다시 무대에 올려지며 문화계에 주목받았던 작품이다.
한 가정의 비극을 통해 근대사회를 이해하게 하며 일상적이지만 상투적이지 않은 대사를 통해 삶의 성찰에까지 이르게 한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는 진정한 대중극의 힘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완벽한 드라마로 찬사받고 있기도 하다.
“홍도야 우지 마라, 오빠가 있다”의 명대사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조잡한 통속극과는 완전히 구분되는 정통 신파극으로 격조높은 화술과 호소력 넘치는 독백체 대사, 성격파 배우들의 희극연기가 조화롭게 섞여 있다. 여기에 변사, 광대마임, 아카펠라, 캉캉춤 등 화려한 막간극을 결합한 것도 감상적 재미를 더해준다.
연극평론가 김춘희씨는 “일제시대나 지금이나, 억압의 상태이건 아니건 대중은 심도있는 지적 감상보다는 감정적 감상과 재미에 익숙한 현상을 볼 수 있다”며 이런 문화 속에서 이윤택의 대중극 전략은 적중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했다.
이번 공연을 기획 구성한 ‘연희단 거리패’는 1986년 부산에서 창단, 자체 가마골 소극장을 중심으로 ‘죽음의 푸가’ ‘히바쿠샤’ ‘산씻김’ 등 일련의 상황극을 올리면서 독자적인 연극양식을 갖춘 실험극단으로 급성장했다.
1988년 서울공연을 단행, ‘오구’ ‘바보각시’ ‘어머니’ 등으로 연극의 새로운 공연양식 흐름을 주도하며 한국 현대연극의 중심극단으로 자리잡았다.
이들 연희단은 현대 도시속의 순회이동극단 성격을 지향한다는 점, 본래적 의미의 열린 연극, 극장 이전의 원형연극 정신을 계승한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문예회관 조광희 관장은 “쌀쌀해진 초가을,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는 남녀노소, 특히 옛 향수에 젖은 장년층에게 더욱 감동의 시간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경제불황이 장기간 계속 되고 있지만 이번 공연을 통해 마음을 새롭게 다지는 삶의 성찰의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는 부모님을 위한 효도선물로도 좋을 듯 하다.
문의:☎(041)550-2548 성환문예회관
관람료: 1층 2만원, 2층 1만5천원
공연시간: 1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