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권째 책을 낸 소중애(71) 작가가 23일 아산 배방의 이화 피닉스요양병원 별관에서 출판기념행사를 연다. 1984년 첫 동화집『개미도 노래를 부른다』를 출간한지 40년만에 200번째 책 『울음방』을 내놓은 것이다. 화수분처럼 끝없이 책을 내는 소중애 작가를 21일 ‘소중애 문학관’에서 만났다.
200권째 책이라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글 쓰는 일은 삶의 뿌리를 잡아주는 일이고 이번 200번째 책 출간은 그 뿌리를 더 견고하게 잡아주는 큰 매듭으로 생각한다.
처음 책 쓴 동기가 있다. 1970년에 교단에 섰는데 삐쩍 마른 외모와 경험부족으로 아이들과 생활하는 것이 몹시 힘들었다. 76명의 아이들은 날마다 말썽을 부렸고 그런 아이들 이야기를 매일매일 일기로 썼는데 나중에 읽어보니 아주 재미있었다. 그 후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고 책으로 엮기 시작했다.
마음의 울림이 있어야 좋은 글을 쓴다. 책에 그때그때 가슴 떨렸던 울림이 들어있다. 그러니 어떤 책이 ‘좋고 나쁘고’가 아니라 그저 그 울림을 독자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다. 첫 작품『개미도 노래를 부른다』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책『아무도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는 아이들을 다시 생각나게 하고,『내 작은 연인』은 꼬꼬마의 큰 사랑을 받았던 때가 생각나서 설렌다.
억지로 글을 쓴 때도 있다. 현직에 있을 때 교장선생님 축사를 대신 쓰곤 했는데 남의 마음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글을 쓰게 되니 여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퇴직하고 나니 그런 글을 쓰지 않게 된 것이 가장 기뻤다.
200권째 책을 낸 소중애(71) 작가가 23일 이화 피닉스병원에서 출판기념행사를 연다.
머릿속이 꽉 막혀서 글이 안 나오면 바닷가로 떠난다. 조용한 해변, 솔이 우거진 숲에서 파도소리에 마음을 놓으면 정리가 되고 새롭게 글을 쓸 수 있다. 내가 가고 싶은 대로 가고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그것을 누리는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
독자들이 가끔 어떤 책이 가장 잘 쓴 책이냐고 물어올 때, 다음에 나올 책이 가장 좋은 책이라고 답한다. “제 책은 진화해요. 그렇게 노력하고 있어요. 독자들 가슴에 쿵! 하는 감동의 바윗돌을 안겨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사람들 사이는 점점 더 각박해지고 있다. 그 건조한 사회에 책이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골고루 읽어 자존감을 높이고 마음 따뜻하게 불을 지폈으면 좋겠다.
지난번엔『짜증방』,이번엔『울음방』이다. 아이들이 우는 이유는 속상해서, 아파서, 슬퍼서, 그리워서, 약 올라서, 외로워서, 분해서, 반가워서, 고마워서, 감동해서, 좋아서 운다. 그러고 보니 울 이유가 참 많다.
글 속 할머니는 잘 우는 아이에게 한마디 한다. “울음방은 울어서 시원해지기만 하는 방이 아냐, 눈물과 함께 성장하는 방이지.”
‘나도 그런데 이 책 속의 아이들도 그렇구나.’ 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울음방』은 일단 성공이다.
연암 박지원이 쓴『열하일기』에서도 울음을 언급한 것이 있다. 청나라 수도 연경에 가는 도중 요동벌판을 보고 ‘목 놓아 울기 좋은 곳’이라 한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울 일이 얼마나 많은가.
책에서처럼 우리가 실제 울 수 있는 ‘울음방’을 만들면 어떨까? 정신병원에 상담하러 다니기보다 울음방에서 실컷 울 수 있게 말이다. 누구나 마음껏 울 수 있는 곳. 그리고 새롭게 힘을 얻어 큰 걸음 힘차게 놓을 수 있다면 얼른 ‘울음방’에 들어갈 일이다.
정신건강과 함께 글을 쓸 근력을 위해 대부분의 곳을 걸어서 다닌다. 며칠 후엔 아프리카의 나미비아로 간다. 몸이 건강해야 더 많은 책을 내고, 더 많이 보고 여행해야 아이들에게 꿈과 환상을 주는 책을 쓸 것이 아닌가. 이제는 300권을 향해 열심히 달려갈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