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간공예를 아는가?
보리 줄기를 재료로 사용하며 모자이크 기법과 목칠공예기법을 접목해 만드는 독특한 예술장르다. 20여년 전 백송 이상수씨가 창안해 전수생을 배출하고 있지만 아직 공예부문에서는 낯선 이방인. 보릿대마저 구입하기 어려워 남부지역에서 실어오는 맥간. 그러나 문화예술인들에게 불모지로 불리는 천안에 맥간공예가 꿈틀대고 있다.
맥간공예가 우윤숙씨(33). 10년전 직장선배 따라 취미로 맥간공예를 배운 것이 이제는 대중보급의 사명감을 갖고 ‘맥간의 꿈’을 키우고 있다. 학생이 학교, 학원, 집을 전전하듯 그의 활동공간은 집과 신안동사무소 취미교실이 전부.
지난 2001년 천안 시민회관 전시실에서 ‘빛과 보리의 만남전’이라는 개인전을 갖은 것이 인연이 돼 지난 7월 신안동 맥간 취미교실을 맡게 됐다. 맥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수강생은 7명. 지난 4월 집으로 찾아와 배우는 3명이 우씨의 전수생이 되고 있다.
“언뜻 맥간공예품을 보면 자개와 구분이 안갈 정도죠. 그래서 ‘자개’ 아니냐고 묻는 이들이 많아요. 그런데 보릿대가 무척 부드럽다는 것이 자개와 다른 점이죠. 섬세한 부분까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유씨가 보여주는 작품들을 보니 어릴적 집집마다 하나쯤 안방을 차지하고 있던 자개농이 생각난다.
작품의 소재는 다양하다. 병풍그림처럼, 혹은 예전 신혼부부의 이불처럼 갖가지 무늬속에 용이나 잉어, 거북이, 봉황 등이 등장한다. 사군자도 보이고 원앙, 꽃과 나비 등이 어우러져 있다. 어린 아이에겐 무서움을 주는 귀면와도 있다.
“보릿대 빛깔을 아시죠? 투명하면서도 맑고 선명한 빛깔을요. 이런 일반적 빛깔 외에도 보릿대마다 천차만별의 색을 갖고 있어요. 명암도 있고 질감의 차이도 있죠.”
유씨는 보릿대를 설명하며 맥간공예가 추구하는 예술의 격을 말한다. 보릿대에 생명이 있음을,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그리고 맥간공예가가 구도자의 눈으로 예술로 승화시키고 있음을 전한다.
“본격적으로 배운지 7년이에요. 그런데 배울수록 끝없다는 것을 느껴요. 초보는 바로 시작할 수도 있고 자질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죠. 그리고 기본 3개월이면 웬만한 작품을 만들어내요. 하지만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뭔가 ‘부족함’이 드는 것이 맥간공예인 것 같아요.”
우윤숙씨는 천안인 모두가 ‘아, 이것이 맥간이구나’하고 아는 때가 올 수 있도록 널리 보급하기를 희망한다.
문의:☎019-406-58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