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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버리고 싶은 그대에게

김다원(천안·수필가)

등록일 2023년08월0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김다원 천안수필가>


밭에 나가보니 완두콩이 익어가고 감자도 하얗게 꽃을 피웠다. 반짝거리는 연두색 완두콩을 까고 뽀얀 감자를 바구니 가득 캘 생각에 벌써 마음이 달뜬다. 

자연은 저들의 일을 꿋꿋하게 해 나가는데 가끔 슬픈 소식이 들린다. 현실을 견디기 어려워 목숨을 버린 이야기, 일터를 잃고 좌절에 빠진 이야기, 폭행을 견디다가 상대를 해친 이야기 등 헤아릴 수 없는 상황이 매일 있다. 

견딜 수 없는 상황에서 ‘나를 어디로 던질 것인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란 생각과 얼마나 더 가야하고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는가’란 생각으로 밤을 지새우는 이가 얼마나 많을까? 
 


우리나라 유명한 산악인 엄홍길도 에베레스트산행 중에 동료산악인과 산행을 돕는 사람을 잃었다. 조난한 동료를 도우려다 자기도 사고를 당했다.

아픔을 느낄 사이도 없이 벌어진 상황에서 보니 발뒤꿈치가 앞으로 와 있더란다. 그 다리를 끌고 엉덩이로 밀어서 설산을 내려왔다. 그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었다.『히말라야』다.
 


다른 영화도 생각난다. ‘127시간’이다. 모험을 좋아하는 산악인 ‘아론’이 혼자 협곡을 내려가다가 굴러서 떨어진 돌덩이에 팔이 짓눌려 고립된다. 가지고 있는 것은 배낭에 든 물 한 병과 로프와 주머니칼이 전부다. 도와주는 이 없이 혹독한 자연에서 127시간만에 벗어난다는 이야기다. 

로프를 이용해 돌을 들어 올리려고도 했고, 등산용 칼을 날카롭게 갈아 바위를 깎아보기도 했고, 소나기로 협곡에 물이 찼을 때 부력을 이용해 돌을 들어 올리려 발버둥 쳐보기도 했다. 생각을 가다듬으며 이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적용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난 채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다고 포기하려는 순간 아론은 가족들을 떠올리며 마지막 선택을 한다. 자신이 자유로울 수 없었던 유일한 이유인 팔을 떼어내기로 결심한다. 

성경 속의 말처럼 하나를 떼어내어 살 수 있다면 그 일을 해야 한다. 눈이 될 수도 있고 발가락이 될 수도 있고 간이 될 수도 있다. 학력도 부족하고 자격증도 없고 호감이 가는 외모도 아니고 배경도 없다는 낮은 자존감이 될 수도 있다. 이혼이나 아이가 딸린 한 부모, 매일 나를 쪼이는 어떤 상사나 풀리지 않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수없이 불리한 이유가 있다. 이 상태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사랑하는 가족, 푸른 하늘과 밝은 햇빛, 그리고 자긍심 가득한 삶을 얻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버리고 희망을 얻을까. 

초록이 일렁이는 강변을 본다. 각종 야생화도 피어있다. 누가 피웠을까. 내게도 꽃을 피울 어떤 것은 분명히 있다. 하얀 감자꽃이 붉은 장미만큼 아름답지 않다고 누가 말하는가.

완두콩의 그 영롱한 초록색 둥근 모양은 또 누가 만들어 내 마음을 흔들까. 내가 갖고 있는 힘, 그리고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포기하지 말자. 저 들판의 꽃들도 자기 삶을 살다 가지 않는가. 단 한 번의 삶은 미리 포기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절로 가지 않는가. 감자꽃이 때가 되면 지듯이. 



 

김다원 리포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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