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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로애락(락)/고인의 유품에 배어있는 사랑 호스피스가 지탱하는 힘이죠

등록일 2003년08월2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안녕하세요. 한번 전화드렸었는데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5월에 떠나신 어머니가 쓰시던 약품을 보내드리겠다고 한 사람입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심석규 회장(사랑의 호스피스)은 얼마전 정아무개로부터 편지글과 함께 소포를 받았다. 내용물은 병원에서 사용되는 기구들과 주사, 진통제 종류들이었다. 환자와 아픔을 함께 했던 기구나 약품들, 그래서 그같은 유품들은 환자의 죽음 뒤에도 한동안 가족들과 호스피스에 아련한 아픔과 안타까움을 전해주는 것들이다. 대부분 심 회장 손을 거치는 호스피스 환우들. 당연 소천 이후의 정리 과정도 심 회장 몫으로 남는다. “고인의 몸에 부착돼 있던 것들을 하나 하나 제거할 때 생전에 시원하게 해드릴 수 없었던 점이 늘 마음에 걸리곤 합니다. 복용하다 남은 약봉지는 생전에 아파했던 환우의 모습이 떠올려지기도 합니다. 이젠 이런 것 의지 없이 하늘나라에서 편히 사시겠죠.” 심 회장은 뒷정리 할 때면 늘 기억에 남는 환우가 있단다. 그의 병명은 다발성 골육종이었는데 이마며, 머리 옆, 뒷부분, 그 외 몸 곳곳에 계란만한 종괴들이 솟아있고 암이 안 퍼진 곳이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호흡곤란도 심해 길어야 일주일 사실 분이라 판단된 환우였다. 도박중독으로 가족과도 일찍 결별된 상태. 호스피스에 오자 까다롭게 살아온 지난 세월 만큼이나 주위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숨이 차다고 일으켜 달라, 눕혀 달라, 소변보고 싶으니 화장실가게 도와달라, 소변줄을 끼자면 싫다 하는 등. 어떤 봉사자는 시달리다 그만 도주(?)한 경우도 있었다. 전에 있던 의료원에서도 두손 두발 다 든 환우였으니 어련할까. 그런데 두달쯤 지나 환우가 서서히 달라졌고 그 변화는 놀라운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허허허. 이젠 나도 퇴원하면 회사에 취직해야죠. 그래서 돈벌어 나도 봉사할 거예요.” 그의 불평불만에도 굴하지 않고 보여준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이 두달만에 열매를 맺은 것이다. 그렇게 환우는 해맑은 모습으로 2개월여를 더 살다 세상을 떠났다. “그분이 떠난 뒤 그의 서랍 속에는 변비가 심할 때 따로 드렸던 액체 변비약이 뜯지 않은 채 보관 돼 있었어요. 그분에게는 너무나 소중했던 것. 그래서 소중하게 간직한 듯이 보이는 약을 보며 가슴이 찡했죠. 꼭 우리의 친절을 간직하고 있었던 느낌이 들었어요.” 심 회장은 이런 마음들이 호스피스를 지탱하게 하는 힘인 것 같다며 순진한 미소를 띄운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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