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맨위로

우울한 어떤 날에는

등록일 2023년06월0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어떤 사람들은 ‘화창한 날’을 좋아합니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겁니다. 
“우울한 분위기가 뭐이 좋은데...”
그렇지요. 우울한 것이 좋을 리가요. 
우울한 건 기분이 좋지 않다는 뜻이에요. 무언가 일이 잘 안풀렸을 때, 또는 성취욕이 없을 때, 왜 사는지 답답해질 때, 걱정거리가 많을 때... 그런 때에 찾아오는 심적 상황인 게지요. 

그런데 반전이 있습니다. 

남들이 오른손잡이일 때 저는 왼손잡이였거든요. 
당구장의 당구가 가야 할 길이 저는 거꾸로 보였답니다. 
“너는 고수가 알려주는데도 왜 자꾸 거꾸로 보냐?” 하며 핀잔을 듣기도 하였지요. 
생각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남들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데, 왜 그래야 돼 하고. 남들은 내가 더 많이 가져야 된다 하는데, 저는 나보다 더 갖는 것이 맞아 했답니다. 
하다못해 어릴적 초등학교 1~2학년때 기억이 납니다. 학교 끝나고 친구 하나랑 집에 가는 길에 저는 과자 한봉지를 샀지요. 적당히 반이 안되게 손으로 과자를 덜어내고는 봉지째 친구를 주었답니다. 친구 더 먹으라고, 손에 묻지 말고 편히 먹으라고. 아마 그 친구는 '괘앤히' 기분이 좋았을 겁니다. 

 


난 우울함을 좋아합니다. 
‘우울함’이 아닌 ‘우울함’이지요. 
사람들이 말하는 ‘우울함’이 아니라, 그렇게 보여질 뿐인 ‘우울함’이랍니다. 
하늘이 우중충할 때, 먹구름이 하늘을 덮어 곧 비를 뿌릴 것 같을 때, 비가 잔잔히 내릴 때나 소낙비가 내릴 때... 그 모든 우울한 날(날씨)를 좋아합니다. 
왠 청개구리냐구요? 
아니지요. 그게 아니지요. 

청년시절, 추리전문출판사에 있을 때 미스테리클럽, 추리작가들 등과 가을추리학교다 뭐다 해서 함께 1박2일, 2박3일 행사를 정기적으로 할 때여요. 우리나라 심각한 살인사건 범죄현장 기록을 고스란히 가져다 강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분 왈, “이런 브리핑(강연)은 여러분들에게 특별히 하는 겁니다. 아주 높으신 양반들 브리핑 내용이에요.” 그러면서, “참 이상하지요. 이런 깊은 산속에서, 그것도 벌건 대낮에 커튼까지 치고 실제 살인사건 내용을 보고 듣고 하는 여러분들. 어떻게 하면 사람을 잘 죽일까 연구하는 추리작가분들. 이 자리가 참 괴기스럽지요. 하지만 여러분들보다 순수한 사람도 없을 겁니다. 카타르시스(정화)를 느껴서 면역이 되거든요. 충분히 대리만족을 해서 스트레스가 없으신 거죠. 범죄적 충동감 등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였지요. 
 


어둠이 싫거든 어둠을 좋아하십시오. 
상대가 두렵거든 맞서 싸우십시오. 
트라우마에 무조건적으로 덤비라는 것은 아니어요. 
그런 마음의 자세를 갖고 ‘지혜롭게’ 맞서 극복해가자는 거지요. 

참는 것이 아니니 용서할 게 아니라 포용하는 겁니다. 
봐주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겁니다. 
어둠을 이해하니 밝아오는 새벽이 더욱 정겹더랍니다. 
떠나보내기 싫으니, 새로 맞이하는 기쁨도 두배가 되더랍니다. 


-김학수 기자의 '어떤 사색'

 

편집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뉴스 라이프 우리동네 향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