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맨위로

조재도 시인 시집출간 ‘어머니 사시던 고향은’

15번재 시집 출간, 어머니와 고향을 주제로 한 80편의 시와 그림

등록일 2023년06월02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스스로를 수천년 이어져 내려온 농경문화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는 조재도 시인. 그가 어머니와 고향을 주제로 한 시집 『어머니 사시던 고향은』을 펴냈다. 시 80편에 색연필과 크레파스로 그린 정감어린 그림 30점이 곁들여져 있다. 

그는 이번 시집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작고 외지고 쓸쓸한 산골마을 온암리에서 이름없이 살다간 분들에게 시로나마 헌사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였다”고 귀띔한다. 


15번째 시집입니다. 80편을 담았습니다. 이 시집은 그동안 제가 썼던 시 가운데 ‘어머니’와 ‘고향’을 주제로 한 시에 새롭게 쓴 시를 더하여 만든 책입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 역시 어머니와 고향은 저의 유년기적 정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고, 그리하여 제 시의 근원이자 삶의 원형이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더욱이 나이가 점점 더 들어가는 요즘, 기억 속에 가물대는 그때 그 마을과 사람들 그리고 이야기들이 애틋한 기억으로 떠올라 설움의 그리움에 젖곤 합니다. 이 책을 펴내는 가장 큰 동기도 그렇게 이름 없이 살다간 분들에게 시로나마 헌사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였습니다. 
작고 외지고 쓸쓸한 산골 마을 온암리. 생각하면 애잔히 눈물이 고이는 곳. 밤하늘 별이 하얗게 쏟아지고 한낮 수탉의 울음이 이엉지붕 마을에 울려 퍼지던 곳. 아무리 기계문명의 시대를 산다고 해도, 그 속에서 살던 때의 그 찬란함마저 없다면 저는 무엇으로 이 세상에서 부자이겠습니까.


한 마디로 민중적 연대감의 발로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시집 앞머리에 놓인 다음과 같은 말이 시집을 펼치기 전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너진 부뚜막/ 거기 부모님 사진 놓고/ 큰절 한번 올리고 싶다.


검댕이 낀 부엌은 어린 자식들을 거두고 먹여 살린 어머니의 노역의 공간이다. 거기, 지금은 돌아가셔서 계시지 않은 부모님을 위해 사진을 놓고 절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 낙차 큰 표현에서 우리는 시인이 현재 처한 정황과 그리움과 고마움의 정서를 읽을 수 있다. 
 


이 시집은 모두 6부로 구성돼 있다. 1부 돌보 온암리, 2부 어머니, 3부 아버지, 4부 좋은 날에 우는 사람, 5부 영등포구 가리봉동, 6부 한 세대가 간다. 

어려서 시인이 살았던 공간인 산골마을을 시작으로 부모, 가족, 이웃으로 시인의 시선이 넓혀가다 현대사회에서 꼬리를 끌고 사라지는 거대한 짐승같은 농경문화를 제6부에서 ‘한 세대가 간다’라고 마무리 짓는다.   

시인은 이 시집을 읽으면서 시와 어울리는 그림을 눈여겨보는 것도 좋지만, 적재적소에 쓰인 우리말, 다시 말해 농경문화 속에서 생활언어로 쓰인 우리말에 대한 구사를 느껴볼 것을 권한다. 

따순 볕만 쟁알쟁알, 괴오릉 곡구릉 꾀꼬리 우네, 제비는 빨랫줄에서 지지고리고-배 울었다, 찰브락 찰브락 일렁이는 물살에, 솥뚜껑 여닫는 솰그랑 소리, 설거짓감 포갬포갬 놓여진 수돗가, 잘름잘름 물 찬 동이 같은 표현에서 우리말의 ‘말맛’을 의성어나 의태어를 통해 감칠맛나게 살려 쓴 시들이 전편에 넘친다.

시인으로, 글을 쓰는 작가로서, 조재도 시인은 어머니 사시던 고향마을 이야기를 통해 민중의 삶과 생활정서를 여실히 드러낸다. 세태의 변화에 따라 문학(시)의 양상도 변하는 게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변화 속에 변하지 않는 것을 드러내고 환기하는 일에 이 시집의 의미와 역할이 있다면 어떨까?  

시력(詩歷) 40년에 평생 글을 써온 조재도 시인은 자신의 글이 누군가, 사회적 약자들의 삶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책상 앞에 앉는다고 한다. 




그 방

낮은 천장엔 얼룩얼룩한 쥐 오줌 자국이 있었다
빛바랜 벽지엔 댓이파리 같은 빈대의 핏자국도 있었다
살뜰한 볕이 숭늉 빛 문 창호지를 간질이기도 하던 곳
그곳에서 어머니는 내가 갓난쟁이였을 때
오줌 싸고 구들장이 식어 응애응애 울면
나를 배 위에 올려놓고, 그렇게 길렀다고
쓸쓸히 웃으신다. 

 


 

편집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뉴스 라이프 우리동네 향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