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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불괴어천 부부작어인(仰不愧於天 俯不作於人) 

임낙호 천안수필가/ 《줬으면 그만이지》을 읽고, 김주완 지음 

등록일 2023년05월25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눈보라 치는 어느 날, 한 스님이 고갯마루를 넘어가고 있었다. 스님은 저쪽에서 넘어오는 거지를 만났다. 곧 얼어 죽을 모습이었다. ‘저대로 두면 얼어 죽겠는데.’ 그래서 스님은 발길을 멈추고 자기의 외투를 벗어주었다. 외투를 벗어주면 자기가 힘들 것이나 지금 안 벗어주면 저 사람이 금방 얼어 죽을 것 같아서였다. 엄청 고민을 한 끝에 벗어주었는데 걸인은 당연한 듯 외투를 입고 그냥 가려했다. 
  
스님은 기분이 좀 나빠졌다. 엄청난 고민 끝에 벗어주었는데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없구나. “여보시오.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는 해야 할 것 아니오.” 하니 걸인 왈 “줬으면 구만이지. 뭘 칭찬을 받겠다는 것이오?”
  
그래서 스님이 무릎을 탁 쳤다.
  
“아, 내가 아직 공부가 모자라는구나. 그렇지, 줬으면 구만인데 무슨 인사를 받으려 했는가. 오히려 내가 공덕을 쌓을 기회를 저 사람이 준 것이니 내가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지. 왜 저 사람한테서 인사를 받으려 한 것이냐.”
  
우리는 매일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스치고 지나간다. 만나는 사람의 외모가 다 제각각이다. 외모가 그렇듯 성격이나 생각도 각양각색이리라. 직접 만남을 통한 관계가 있는가 하면 책을 통해서도 많은 사람을 만난다. 나도 책을 통하여 알아가는 경우가 더 많다. 
  
만남을 통한 앎에 걸리는 시간은 책을 통한 것보다 긴 시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몇 십 년이 걸리기도 한다. 책을 통한 앎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모일간지 기자가 취재하여 쓴 책을 통해 줬으면 그것으로 끝이라며 생각지도 말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는 사람을 쉽게 만났다. 참 고무적인 일이다. 
  
세 권의 책을 읽으며 공통점을 만나게 되었다. 공부론이었다. 《줬으면 그만이지》, 수필가 이동민의 《수필이란 무엇일까》, 10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세이노의 가르침》에서 공통적으로 읽기와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도, 수필을 잘 쓰는 것도, 사업을 토대로 한 행복도 책이 바탕임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그들의 각기 다른 인품을 책을 통하여 쉽게 알게 되었다.
  
《줬으면 그만이지》에서 주인공 김장하 선생을 알았다. 
  
그는 “내가 배운 게 없으니 책이라도 읽을 수밖에.”라고 했다. 김장하는 이렇게 일갈했다. 그는 어려운 형편 때문에 하고 싶었던 공부를 못했다. 중학교를 중퇴한 그의 가슴에는 목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공부’가 한으로 남았다.  
  
그의 생각은 돈을 벌기에서 어려웠던 과거를 투영했다. 공부를 소망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과거 위에 내려앉았다. 나눔으로 이어졌다. 진정한 나눔을 했고 보상을 바라지 않았다. 
  
고등학교 진학을 못한 그는 삼천포의 남각당한의원에 점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열심히 일하며 한약에 관한 공부를 했다. 그의 나이 열여덟 살에 국가가 처음으로 시행했던 한약사시험에 당당하게 합격했다. 남성당한약방을 운영하며 어려운 학생들에게 물질 지원뿐아니라 삶의 정신의 지주가 되어주기도 했다. 배움에 목말랐던 그는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하여 운영하다가 7년 만에 공립으로 전환하고 국가에 헌납했다.  
  
보시布施라는 말이 있다. 이 말 속에는 반대급부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있다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다. 위 스님의 얘기에서 보았듯 보시 즉 베풂에는 보상을 생각하면 이미 베풂이 아니다.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내가 베풀었다는 생각이 있는 보시는 진정한 보시가 아니다.
  
보시는 꼭 돈이 필요한 것인가. 돈이 없는 사람은? 마음이 보시로 이어질 수 있는 무재칠시無財七施가 있지 않은가.
  
얼굴을 환하게 하는 화안시和顔施, 눈길을 부드럽게 상대를 바라보는 자안시慈眼施, 말씨를 부드럽게 해서 상대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언사시言辭施, 마음으로 위로해 주는 마음의 씀씀이인 심려시心慮施, 몸으로 때우는 사신시捨身施, 자리를 양보하는 상좌시床座施, 나그네를 방에 재워주는 방사시房舍施가 엄청난 보시일 것이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에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처럼 ‘내가 산이 참 좋다고 했을 때 산이 나에게 뭘 해주기를 바라지 않듯, 내가 꽃이 참 예쁘다고 했을 때 꽃이 나에게 뭘 해주기를 바라지 않듯, 사람도 남을 도와줬으면 대가를 바라지 않으면 되리라. 아무런 갈등도, 괴로워할 일도 없다.’ 가난한 이에게는 분수대로 나누어주고, 마음이 빈곤한 자에게는 진리의 말로써 용기와 올바른 길을 제시해주며 모든 중생이 마음의 편안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참된 보시이리라.
  
김장하는 맹자의 군자삼락 중 제2락인 ‘앙불괴어천 부부작어인(仰不愧於天 俯不作於人)’을 생활신조로 삼았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이 없고, 고개를 내려 사람들에게도 부끄러울 게 없다.’




  

편집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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