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공평해야 한다. 공정해야 한다. 그런데 거리현수막은 그런 공평과 무관하다. 정치인들이 이중적인 잣대로 얌체짓을 하기 때문이며, 관리감독하는 지자체 스스로도 바른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그들의 정치행위를 국민에게 알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합법적으로 게시대에 걸기가 불편한 현실이니 불법 거리현수막을 그들만의 합법화로 포장해 버렸다.
한번은 천안시 공무원이 정치인들로 스트레스가 크다고 하소연한 적이 있었다. 합법화 되기 전인데, 불법현수막을 떼어버리니까 모 시의원이 정당탄압이니 뭐니 하며 난리를 쳤단다. ‘힘없는’ 공무원. 불법현수막을 떼는 게 업무인데, 행패를 부리는 정치인을 어떻게 제재해야 하는가 현실은 답이 없다.
▲ 이주홍 천안동남구청장은 불법현수막 단속과 관련해 “당연히 시행정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시행정이나 자생단체 등에서 교차로 주변이나 육교 등에 다는 현수막은 바로 단속해 떼어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정치인들이 보기에도 이런 문제로 부딪치는 것이 꺼림칙했는가 보다. 지난해 아예 법을 개정해 버렸다. 정치인들은 거리현수막을 게시대가 아닌 곳에 걸어둬도 불법이 아니니 단속하고 떼어낼 수 없다는 내용이다. 정치인이 입법의 힘이 있으니 말그대로 ‘엿장수 맘대로다.
거리현수막은 두가지 이유로 불법이 된다. 하나는 미관을 해치는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안전문제를 일으킨다 해서 지정게시대 외에는 불법이다. 미관을 해친다 해서 그리 큰 문제이겠는가마는 ‘생명’과 직결되는 거리현수막은 확실한 단속명분을 준다.
현수막에 시선을 빼앗기거나 시야를 가려 교통사고를 일으키기 쉽다. 그래서 피치 못할 일, 예로 들어 경찰이 꼭 알려야 할 때나 선거때 공보만이 불법에서 제외된다.
시행정 또한 공적인 홍보라는 이유로 불법적인 거리현수막을 내걸어 안전상 위험을 부추긴다. 육교에도 걸고 나무와 나무 사이에도, 교차로 등에 마구 내건다. 어느 때는 자생단체들까지 앞다퉈 내거는 통에 안전은 물론 거리미관까지 심각하게 해친다.
시민에게는 거리미관과 시선을 빼앗겨 안전을 해친다는 이유로 못걸게 하면서 똑같은 문제를 일으키는 시행정은 대체로 자유롭다. 시행정의 기준 없는 불법현수막은 그래도 공공성의 취지를 담고 있어 봐줄만 하다. 정치인들은 어떤가. 스스로 특혜를 걸머쥐고 내건 ‘정치활동문구’가 대부분 가관이다.
▲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4조에는 광고물 등의 표시가 금지되는 물건에 대해 기술돼 있는데 교통신호기 및 보도분리대, 전봇대, 가로등 기둥, 가로수 등이다.
다른 정당을 폄하하든가 자신들의 정당활동을 맹목적으로 알린다. 정치행태를 알리는 건 그렇다치고 왜 현수막에 개인의 이름과 얼굴을 대문짝만하게 다는가. 개인적 소신을 밝히는 것도 아니다. 소속정당이 주장하는 바를 달면서 자기홍보에만 열중하는 모습이다.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안전’과 ‘미관’을 해치면서 기껏 한다는 행태가 자기홍보를 하기 위함이다. 비뚤어진 특혜의식이다.
정당의 주장은 정당의 이름을 달고 현수막을 걸면 된다. 그걸 개인의 얼굴과 이름을 달고 안전을 위협하며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달아놓는 것은 어떤 의도를 담고 있겠는가.
이런 현수막이 보이면 시민들이 먼저 부정의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같은 거리현수막은 오히려 정당의 신뢰와 제 표를 잃는 행위임을 알게 해야 한다. 시민의식이 엄정하면 그런 일을 벌이지 못한다.
다행인지 지자체에서 정치인의 거리현수막에 반발하고 있다. 잘못 개정됐으니 정치인의 거리현수막에 예전처럼 불법을 씌우자는 것이다. 아니, 제대로 된 정치활동이라면 홍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그렇지 않은 행태는 모두 없애자는 것이다. 아주 좋은 생각이다.
충청남도 15개 시장·군수가 최근 정당현수막의 무분별한 난립을 방지하고 공정한 세부기준 마련을 위한 옥외광고물법 개정 공동건의문을 채택했다.
건의문은 정당현수막의 정치적 현안과 관련 없는 무분별한 정치구호 난립 방지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의 사전경유를 의무화하고 일반인 게시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게재기간, 위치, 수량, 규격 등을 구체적으로 공정하게 법령개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불법현수막 제거에 따른 담당공무원의 권익보호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시민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알 권리 문구’라는 것에 누가 이해할 것이며, 그렇다고 하면 정치인뿐만 아니라 누구나 걸어도 되는 것 아닌가. 지역사회의 엄정한 시선 속에 정치인들의 거리현수막과 더불어 시행정의 현수막 게시도 일정 기준을 정해 시민들의 안전과 미관을 확보할 수 있길 기대한다.
천안시의회에 올라온 ‘불법현수막’ 관련 시민의견이 있는데요. 참 일리있는 말이라서 전해봅니다.
천안시의회는 의정활동을 통해 천안시민의 행복한 삶을 이루어야 하는데, 왜 자꾸 불법적인 행태를 저지르는 겁니까? 교통신호기에 난잡하게 걸린 현수막은 누굴 위해 설치하는 겁니까?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약칭: 옥외광고물법) 제5조(금지광고물등) ① 누구든지 다음 각호의 어느하나에 해당하는 광고물등을 표기하거나 설치하여서는 아니된다. 1. 신호기 또는 도로표지 등과 유사하거나 그 효용을 떨어뜨리는 형태의 광고물등 법률에서도 신호기에 광고물을 설치하지 말라고 하는데, 천안시 횡단보도의 교통신호기, 전봇대에는 심심치 않게 시의원들의 ‘치적’을 뽐내는 현수막이 너무나도 많이 걸려 있습니다.시의회의 의정활동을 통해 시민들의 삶이 좋아지면, 말하지 않아도 천안시가 잘 굴러가는 간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난잡하게 걸린 현수막은 시민들이 시의회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만 할 뿐입니다.이렇게 교통신호기에 현수막을 설치한 것이 불법이라고 주장하면, 제8조(적용 배제)의 4. 단체나 개인이 적법한 정치활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표시·설치하는 경우를 들고 나오는데, 제8조는 제3조와 제4조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지, 제5조하고는 상관이 없고, 시의원이든 국회의원이든 내용은 항상 자신의 업적치하의 내용이지 행사 또는 집회 내용하고는 상관이 없습니다.
제4조(광고물등의 금지 또는 제한 등) ① 제3조제1항 각 호의 지역·장소 또는 물건 중 아름다운 경관과 미풍양속을 보존하고 공중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며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장소 또는 물건에는 광고물등(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광고물등은 제외한다)을 표시하거나 설치하여서는 아니 된다.
현수막으로 치적을 자랑하지 말고, 제발 시민을 위한 의정활동에 집중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