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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도 마냥 즐거웠던… 첫 ‘2023 운초문학제’ 

수십년 지내오던 추모제, 올해는 운초문학제로 격상해 다채로운 프로그램 운영 

등록일 2023년04월3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2023 운초문학제’가 4월29일(토) 처음 개최됐다. 

한국문인협회 천안지부(지부장 김다원)가 50년이 다 되도록 ‘추모제’로 지내오던 것을 올해 천안시 지원을 받아 ‘운초문학제’로 열게 된 것이다. 

운초 김부용이 누구인가. 황진이, 매창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시기로 이름이 높다. 원래 평안 성천사람인 운초는 광덕사람 김이양 대감과의 인연으로 죽어서는 천안과 인연을 맺게 됐다. 


‘연리지와 함께 한’ 운초 추모제례

이날 이른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날씨까지 차갑고, 일기예보는 돌풍까지 분다고 겁을 주었다. 그래서일까. 주말인데도 광덕사 주차장이 한산했다. 
 

▲ 추모사를 낭독하고 있는 김다원 천안문협 회장.

▲ 김이양 대감의 집안인 안동김씨 서윤공파 문중에서 제례에 참여하고 있다.


오전 10시30분, 광덕사 일주문에서 광덕산 등산길로 800미터쯤 오른 곳에 위치한 운초묘에서 이뤄지는 추모제례는 천안문인협회를 중심으로 광덕면 주민자치회와 안동김씨 서윤공파 문중이 조촐하게 참여했다. 
 

추모제례는 간략하게 진행됐다.

광덕면 주민자치회 심우근 문화분과위원장은 행사를 위해 묘역을 정비하면서 발견한 ‘연리지’를 소개하기도 했다.

무덤가 가까이에 두 그루의 연리지가 있었음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대나무도 있고 은방울꽃 군락지도 있다”며 “이 모든 것들이 운초의 넋을 기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 박상길 광덕면 주민자치회장(왼쪽)과 이정우 천안문학관 관장.


덧붙여 박상길 광덕면 주민자치회장은 “내년에는 행사 전에 주민자치회가 묘역을 깔끔하게 정리해 놓겠다”고 했다.

행사를 주도한 이정우 천안문학관 관장과 김다원 천안문협 회장이 고마움을 표했다. 천안문협과 광덕면 주민자치회의 화합이 행사를 더욱 값지게 했다. 

참석자들은 추모제례 후 1㎞ 남짓 떨어져 있는 김이양 대감 묘까지 걷기로 계획되었지만, 비가 내려 포기했다. 일부 구간은 산비탈을 타고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오후 2시, 본격적인 운초문학제 

이정우 관장이 “행사가 시작되는 오후 2시부터는 비가 그친다고 한다”며 핸드폰의 일기예보를 보여준다.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후 2시, 비는 여전히 내렸고, 심지어는 바람도 강하게 불었다. 역시나 오늘따라 지나는 등산객들의 발걸음도 뜸하다. 
 

▲ 왼쪽부터 박정수 충남도의원, 신동헌 천안시부시장, 현남주 천안예총회장.


행사시간이 다가오자 반갑고 귀한 내빈들이 앞자리에 앉았다.

천안시장을 대신해 부시장이 찾아왔으며 문화정책팀장이 다가와 문인들을 격려했다. 정치인으로는 운초를 공부하고 있다는 박정수 충남도의원이 유일하다. 광덕면장도 팀장과 함께 자리를 빛냈다. 
 

김다원 천안문협 회장은 “다행스럽게 비가 보슬비로 내리니, 운초가 내려주는 꽃이슬인가 싶다”고 인사했다. 속상할 텐데 긍정적인 자세가 몸에 배여있다.

“행사를 위해 애쓰신 문인과 음악인, 서울에서 일찍 걸음해주신 김이양 대감의 집안어르신들, 그리고 광덕주민을 비롯한 천안시민 모두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운초가 우리지역에 잠들어 있다는 것은 엄청난 문화적 자산으로, 앞으로 노래나 연극, 오페라,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로 운초가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는 말로 인사를 끝맺었다. 
 

▲ '운초문학의 의의와 천안'이라는 주제로 문학강의에 나선 윤성희 문학평론가.


이후 김다원 시인이 헌시를, 이정우 시인이 운초소개를, 윤성희 문학평론가가 문학강의에 나섰으며 시낭송은 김용순 수필가와 천현숙·류봉희 시인이 맡았다. 

연주는 권윤한 플루티스트, 엄이슬·김도희의 가야금 병창, 테너 김준모의 성악, 최정선 명창의 국악, 가수 도도의 가요, 그리고 이상배 시인의 색소폰 연주가 있었다. 
 

천안시낭송아카데미의 시극 ‘봄바람 속에서 시를 마시다’는 운초문학제의 백미.

이를 위해 서미경(운초), 이상배(김이양), 신군자(나레이터) 시인과 박상분(성천부사) 수필가가 무대에 올랐다. 관객참여를 위해 ‘5행시 짓기대회’도 열어 상품권을 타는 기쁨도 만끽했다. 
 

이날 순조롭지 못한 건 오로지 궂은 날씨였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날씨탓을 하소연하기보다 더욱 흥겹게 즐긴 하루였다.

꼭 날씨로 잃어버린 관객을 보상이라도 받겠다는 듯했다. 
 

▲ 축사를 하고 있는 신동헌 천안시부시장.

▲ 축사에 나선 박정수 충남도의원.

▲ 운초문학제 사회를 맡은 유인순 수필가.

▲ 김용순 수필가의 시낭송.

▲ 천현숙 시인이 조유정 시인의 시 '운초시여'를 시낭송하고 있다.

▲ 꼬마관객의 멋진 포즈.

▲ 권윤한 플루티스트의 연주.

▲ 테너 김준모와 소프라노 정선은 부부의 공연무대.

▲ 국악/ 최정선 명창.

▲ 가수 도도의 신명나는 노래.

▲ 천안문인협회 회원들 기념사진.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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